꼼지락 거리기

아름다운 인연

큰가방 2019. 4. 13. 13:54

아름다운 인연(因緣)

 

외출(外出)하였다 돌아오면서 우편함(郵便函)을 열었더니 편지가 들어 있어 뜯어보니초대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예쁜 신랑 신부의 사진이 첨부된 제주도(濟州道)에서 후배가 보낸 청첩장이었다. ‘지난번 전화했을 때 딸이 결혼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는데 드디어 날을 잡았구나!’하는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동생! 잘 있었는가? 집안도 다 무고하시고?

방금 자네가 보내준 청첩장을 받았는데 우선 축하드리네!” “형님! 고맙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장이 서울이라서 오실 수 있겠어요?”

 

이 사람아 당연히 가야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도 멀리까지 오시라고 하기가 미안해서요.” “그런 건 괜찮아!

그런데 그날 자네 장인어른께서는 예식장에 오신다고 하던가?” “당연히 오시겠지요.” “그래~! 그리고 자네 처형이나 처제 그리고

 

처남들도 그날은 다 모이겠지?” “물론 다 모이겠지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다름이 아니고 그날 예식장에 가려는

첫 번째는 이유는 자네 딸 결혼을 축하하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네 처갓집 식구들을 만나려고 그러는 거야.”

 

그럼 몇 년 만에 만나시는 건데요?” “금년이 꼭 40년이 되는 해거든.”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세월 정말 빠르네요.”

그러게 말일세!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벌써 오랜 세월이 흘러가 버렸는지.”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어느새 4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197712월 나는 전남 신안 안좌우체국으로 집배원 발령을 받아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그날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안좌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 약 2시간이 넘게 항해(?) 한 끝에 안좌면 읍동항에 도착하였는데 배가 선착장에 바로 대지 못하고

 

조그만 종선(從船)이 마중을 나와 사람을 태우고 물건을 싣는데 내가 보기에 금방이라도 배가 뒤집힐 것 같은데도 자꾸 물건을 싣고

사람들에게빨리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고 있었다. ‘이러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근무도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는 건 아닐까?’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나의 기우였을 뿐 종선은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사람 또한 바다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발령을 받아 갔을 때는 겨울철이어서 강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편지 배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제일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면서 사람들과 차츰 친해지며 어느 정도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는데 어느 봄 날 팔금도((八禽島)

장촌리의 조그만 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는데 아주머니 한분께서 오늘은 못 본 총각이 왔네! 총각은 집이 으디여?”

 

저는 보성인데요.” “그래~! 멀리서도 와갖고 고상해쌓네! 이루와서 쪼깐 쉬였다 가! 어서!”하며 자꾸 마루에 앉기를 권하셔서

잠시 앉았는데 음료수를 한잔 가져다주며 이것 마셔 봐! 어서~ 총각은 우리 친정 동생하고 똑 같이 생겼단께! 그랑께 인자부터

 

나한테 누나라고 부르고 배 고프문 밥도 주라해서 묵고 또 심들고 그라문 우리집이서 째깐씩 쉬여가고 그래! 알았제!”하셔서

그 뒤부터 지나는 길에 들려서 쉬어가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 누나의 자녀(子女)들도 내가 가면 가족처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나중에 하숙하던 집이 이사를 하면서 자취(自炊)를 하자 김치며 쌀까지 주면서무엇이든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며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향으로 발령받아 오면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떠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누나는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그때 그 누나의 가족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서 빨리 결혼식 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진다.

    

요즘 민들레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른 걱정은 덜었네!"  (0) 2019.04.27
흐르는 세월 속에  (0) 2019.04.20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0) 2019.04.06
명절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0) 2019.03.09
"죄를 받아 그런거야!"  (0) 201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