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친구와 경로우대증

큰가방 2019. 5. 4. 15:07

친구와 경로우대증

 

오늘은 병원(病院)에서 검사(檢査)를 받는 날이어서 정류장(停留場)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광주행 승차권(乘車券)을 구입하여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뒤 돌아 보았더니 친구가 빙그레 웃고 서 있었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 동안 잘 계셨는가?” “나는 잘 있어! 자네는 어떤가?” “나도 잘 지내는 편이야!” “그런데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고 있는가? 혹시 다른 직장에 근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직은 오라는 데도 없고 또 몸도 그렇게 편치를 못한데다

 

내 자신도 어디를 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그냥 집에서 지내고 있어! 그러는 자네는 무엇하고 있는가?” “나도 퇴직한 후로는

그냥 지내고 있어!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길인가?” “병원에 좀 다녀오려고!” “왜 어디가 편찮으신가?”

 

내가 3년 전에 암() 수술을 두 번을 받았거든 그래서 오늘은 병원에 가서 피() (尿) 검사 의뢰하고

CT촬영해 놓고 다음 주에 가서 결과를 봐야지.” “그러면 무슨 암 수술을 받았던가?” “옛날 그러니까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광주에 있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거든, 그런데신장(腎臟)에 물혹이 하나 보입니다.’하더라고, 그래서 혹시 암 입니까?’

물었더니지금은 아닌데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하더라고 그 후 매년 검사를 받았는데 3년이 지나니까

 

암이 생겼으니 수술을 받아야겠습니다.’해서 그 부분만 잘라냈는데 아직까지는 건강하다고 하지만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어디 가는 길인가?” “나도 병원에 가느라고.” “왜 어디가 안 좋으신가?”

 

나는 심장이 안 좋아서 그것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펌프를 심어놓았는데, 그것도 점검해야 하고 또 이상하게 걸음을 걸으려면

다리가 당기고 아파서 걸을 수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고관절 초기증세라고 해서 치료를 받아야겠고 그래서 오늘도 병원,

 

내일도 병원 그렇게 살아가고 있네!” “그러면 오늘은 어떤 과목을 가야하는데?” “오늘은 펌프가 이상 없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어쩐지 점검하러 가는 날이야! 그리고 내일은 고관절 때문에 또 가야하고” “그러면 하루에 두 과목을 모두 치료할 수는 없다고 하던가?”

 

나도 처음에는 지방에서 광주까지 다니기 힘드니까 하루에 다 진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다니고 있어!” “그러면 오늘 병원 진료는 몇 시경에 끝나는가?” “그거야 모르지 아무리 예약(豫約)

 

되어 있다고 하지만 환자들이 많으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또 기다리는 사람이 적으면 빨리 끝날 수도 있으니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자네와 오랜만에 만났으니 병원에서 일이 빨리 끝나면 식사라도 한 끼하고 싶어서!” “그래 고맙네!

 

그런데 오늘은 힘 들 것 같은데 다음에 하기로 하세!”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불과 2~3년 사이에 나 보다 훨씬 더 늙어버린 것 같아 보였다.

요즘 어디가면 자네보고영감님!’이라고 안 부르던가?”묻자 빙그레 웃더니옛날에는 지하철 차표를 끊거나

 

또 산에 입장권을 끊으려면 경로우대증이나 신분증을 보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얼굴만 한 번 쓱 쳐다보고는

그냥 가라고 그러데.” “그러면 기분이 어떻던가?” “어떻기는 어떻겠는가? 그냥 서글프지 그래도신분증 보자!’고 할 때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인데 이제는 정말 내가 이렇게 많이 늙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 같으면 서글프지 않고 기쁘겠는가?”

    

사진은 전남 보성 일림산 철쭉이며 멀리 보이는 곳은 남해 바다 득량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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