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밖에 나가 먹는 점심

큰가방 2019. 5. 25. 14:09

밖에 나가 먹는 점심

 

아침에 일어나 창문(窓門)을 열었더니 오로록~ 옥께~!”휘파람 새의 소리가~ ~ !” “~ ~ !” “~ ~ !”

다른 새가 부르는 노랫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게 들려왔다. 매년 겨울이 끝나갈 때쯤 찾아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휘파람새인데 금년 봄에도 어김없이 노래를 들려주고 있어 그저 고맙고 신기할 따름이다. 관주산을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여 열어보았더니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 나다! 잘 지내고 있냐?” “나는 잘 있지~! 그런데

 

너는 요즘 무엇하고 지내냐?” “백수가 할 것이나 있겠냐? 그런데 너는 무엇하고 지내는데?” “나는 요즘 새로 경비(警備) 일을

맡아 근무하고 있다.” “너 작년에 아파트 경비원하다 잘렸다면서 그새 또 취직(就職)을 했단 말이야?” “이번에 근무하고 있는 곳은

 

대우도 좋거든! 그래서 아주 좋다야!” “그러면 한 달에 월급(月給)이 얼마나 되는데?” “2백 만 원이야! 지난번에 근무했던 곳은

7십 밖에 안 되는데 여기는 3십 만원이 더 많으니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신나게 근무하고 있다야!”

 

그랬어? 여기 아파트 경비원들은 백만 원도 안 된다는데 거기는 대우가 굉장히 좋은가 보구나.” “니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라 그럴 거야.” “! 그러면 나도 그런 좋은 자리 하나 있으면 소개 좀 해 주라!” “소개하는 것이야 별거 아닌데

 

그러면 어디서 먹고 자고 할건데?” “! 니말을 듣고 보니 또 그게 문제구나! 그러면 근무하는데 애로 사항은 없고?”

아직은 없는데 내가 여기 오기 전 근무했던 사람이 엉망으로 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여기 관리소장이 나 하고 동갑 쟁이거든,

 

그런데나 끝나고 나갈 때까지 같이 근무하자!’고 하더라고.” “너 전임자(前任者)가 어떻게 근무했는데?”

지난번 날씨가 아주 추울 때 창문에 물을 뿌리더라는 거야! 그래서 왜 창문에 물을 뿌리냐?’했더니 창문으로 외풍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렇게 물을 뿌려 놓으면 물이 얼면서 바람이 안 들어올 거 아니냐?’고 하더란다. 그리고 또 요즘은 너도 알다시피

맞벌이 가정이 많기 때문에 택배가 오면 받아두었다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월급이 너무 적다!’

 

불평만 하다 짤렸다고 하더라. 요즘 세상에 한 달에 2백 만 원이면 적은 돈이냐?” “2백 만 원이면 엄청 큰돈이지!

그런데 그 돈이 적다고 하면 그 사람은 얼마나 받아야 만족할까? 그리고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면 문풍지를 바르든지 해야지

 

거기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되겠냐?”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아주 불친절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아침이면 내가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고 잘 다녀오세요!’인사하면 아주 좋아하더라고.” “! 그럼 좋은 하루되라는데 싫어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

 

그리고 또 무엇이 좋은데?” “점심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먹고 들어오거든 그게 그렇게 좋은 줄 이번에야 알았다~ !”

밖에 나가서 먹는 점심이 무엇이 그리 좋은데?” “작년에 근무했던 아파트는 아침에 교대하고 자리에 앉으면 순찰 돌아야지,

 

화단에 풀 뽑아야지, 주위 청소해야지, 또 박스 같은 것 주민들이 가져다 놓으면 정리해야지, 여름에는 나무 잘라야지,

할 일이 정말 많았거든, 그런데 여기는 아파트가 두 동()밖에 되지 않으니 나무도 별로 없고 그래서 마음이 굉장히 편하다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 같고, 밖에 나가 점심을 먹어봐야 짜장면이나 국밥 한 그릇인데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옛날 내가 직장에 다니면서는 몰랐는데 이번에야 진짜로 알게 되어 정말 좋다~!”

    

'지나 간 것은 지나 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7080 거리의 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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