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넌 누구니?"

큰가방 2020. 2. 29. 17:47


넌 누구니?”

                            류상진

 

따스한 바람결에 살며시 실려와 활짝 피어있는

노오란 개나리 꽃잎을 간질이다

갑자기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하얀 날개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예쁜 꽃 찾는 나비 등에 매달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예쁘게 인사하는

넌 누구니?

 

수줍게 피어나는 하얀 매화 꽃 속에 숨어

고개도 내밀지 못 한 채 오가는

꿀벌들을 큰소리로 불러 모으다

 

아직 긴 겨울잠 자는 왕 벚꽃나무

가지에 앉아 흔들흔들 간지럼을 태우면서

빨리 일어나라 재촉하는

넌 누구니?”

 

물오른 가지가지 사이에 파란 싹을 틔우는

찔레나무 가시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무당벌레 두 마리를 불러 앉히고 빙그레 웃다

 

걸음마 배우는 돌 지난 아이처럼 신발도

신지 않고 아장아장 걸으며 손에 든 아지랑이를

여기저기 마구마구 뿌려대는

넌 누구니?”


지난 2015년 12월까지 제가 근무했던 전남 보성우체국 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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