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혼자 사는 세월

큰가방 2020. 4. 25. 15:45

혼자 사는 세월

 

시골길을 가는데 누군가 아저씨! 여기 좀 보세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양지바른 언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잡초가 밥알처럼 조그맣고 하얀 꽃을 무수히 피워놓고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은 따스하게 느껴지지만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은 차가워 아직은 우리 곁에 겨울이 조금 남아있는 것 같은데도 너는 묵묵히 예쁜 꽃을 피워냈구나!’생각하니

봄은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 선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친목회(親睦會)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 그동안 잘 있었는가?”하며 먼저 온 선배(先輩)께서 반겨주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묻자 빙그레 웃으며 나는 항상 잘 있어!” “그런데 형수님은 어떠세요?” “그 사람은 아직 병원에 있어.”

 

그럼 퇴원하려면 더 오래 계셔야하나요?” “7주 진단이 나왔으니 앞으로도 3주 한 20일 정도 더 있어야 퇴원하겠구먼!”

많이 다치셨나 보네요.” “그래도 계단에서 굴렀는데 그 정도 다친 것도 천만다행이고 또 한 20일 있으면 퇴원하니 얼마나 좋은가?”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러면 식사(食事)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자네 형수가 무엇을 알고 그랬는지

사고 나기 전에 소뼈 곰국을 한 솥단지 끓이더라고 그러더니 김치 통에 나눠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었는데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해버리는 바람에 내가 그걸 한 통씩 꺼내 솥에 붓고 거기에 무하고 당근, 버섯과 또 대파 같은 다른 양념도

골고루 넣고 끓여, 아침에는 그 국물하고 김치에 한 끼 해결하고 낮에는 자네들 만나 이렇게 점심 먹고 나면 저녁에는

 

동생 집에서 먹기도 하고 또 제수(弟嫂)씨가 나물 같은 반찬을 해다 자꾸 가져다 놓으니 아직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어.”

그러면 정말 다행이네요.”하자 옆에 앉아있던 후배(後輩)형님! 제가 좋은 반찬 하나 알려드릴까요?”

 

좋은 반찬이라면 무엇인데?” “저는 집 사람이 며칠씩 집을 비우고 그러면 마트(Mart)에 가서 조리가 다 되어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하면

밥과 비벼 먹을 수 있는 카레나 자장밥 같은 걸 사오거든요. 그래서 밥하고 김치만 있으면 한 며칠 별 걱정 없이

 

그걸로 때우니까 편리하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좋은 생각일세!” 이야기를 나누는데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선배께서

자네들은 좋겠네!”하더니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왜요? 혹시 저희들이 무엇을 잘못했나요?” “아니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자네들은 모두 제수씨들이 계시니 그래도 집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먹을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우리 집사람을 보낸 뒤로 솔직히 말하면 외로워서 정말 힘드네!” “그러고 보니 형수님 가신지도 오래되었네요.”

 

그러니까 말일세! 무엇이 그리 바빠 그렇게 빨리 갔는지.”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식사랄 것이 무엇이나 있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누구에게 말할 사람이 있다거나 부를 사람이 있다거나 그저 조용하기만 하니 아침은 대충 때우고

 

운동한다는 핑계대고 밖으로 돌아다녀!” “그러면 몸은 건강하세요?” “그래도 다행히 아직 아픈 곳은 없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다

점심은 친구들 만나서 먹고 나면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기가 제일 싫더라고.” “왜 싫은데요?” “집에 가면 누가 나를 반겨줄 것인가?

 

아무도 없는데! 그래서 혼자 산다는 것은 정말 힘 드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자네들은 항상

제수씨들에게 잘해 드리소!

지금 잘못하면 나중에 나처럼 혼자되면 그게 제일 후회가 되니까.”


아무리 차가운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봄은 이미 우리 곁에서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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