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여름향기 나는 녹차밭?

큰가방 2003. 11. 30. 11:52
오늘은 보성읍 우산리에 새로 지어진 장미힐 아파트로 배달을 나갑니다.
시골의 아파트는 도시처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세워진 아파트가 아니고 아파트
3동에 세대수가 모두 합해 298세대 밖에 거주하지 않는 조그마하면서도 아담한 아파트입니
다. 장미힐 아파트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면서 우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보성읍 용문
리 체육공원 앞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한번 쳐다봅니다.

신호등 4거리에는 오늘도 왕복 4차선 도로에 보성 차밭과 목포 완도 진도 방면과 반대 차선
인 순천 여수 부산 방면으로 가는 크고 작은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그 차량들을 피하여 보성 읍내 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서 장미힐 아파트쪽으로 천천히
가고 있는데 경남 번호 판을 부착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갓길에 정차되어있습니다. 그런
데 승용차의 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아 그 차량이 길을 잘못 들어선 차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까이 다가가 “혹시 차밭으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예! 녹
차밭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길이 끊긴 것 같네요!” 하면서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저를 보고 반갑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차밭으로 가시려면 저쪽 길로 가셔
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드셨네요! 기왕에 이 길로 오셨으니까 저를 따라 오십시오!” 하였더니
“그러면 이 길로 가면 길을 많이 돌아가야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아니요! 약 1㎞쯤 더
가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였더니 “어이구 고맙습니다!” 하면서 서서히 차를 움직여
저의 오토바이 뒤를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장미힐 아파트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저를 따라오던 차량으로
다가가서 “이쪽 길로 계속해서 약 8㎞직진을 하시다가 오른쪽을 보시면 커다란 주차장이 보
일 겁니다. 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시고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그곳이 차밭입니다!”
하고 설명을 하였더니 운전석에 앉아있던 남자 분이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승용차의
창문을 닫고는 막 출발을 하려는 듯 하다가는 다시 창문을 열고는 “아저씨 그런데요! 그쪽
으로 가면 대성 차밭이 있나요?”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대성 차밭이요? 그런 차밭은 없는데요!” 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대성차밭에 여름향기가 나
는 차밭이 있다고 하던데!” 하는 겁니다. 그때서야 저는 “아! 참! 그렇구나! 지난번 TV프로
그램 ‘여름의 향기’ 에 나오는 차밭을 이야기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더니 차안에 앉아있던 신혼부부도 저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여름향기가 나는 녹차 밭이 아니고 여름의 향기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차밭을 말씀하
시지요?” 하는 저의 물음에 “예! 그래요~오!” 하고 신혼부부가 함께 대답을 합니다.

“그곳은 대성 차밭이 아니고 대한다업(大韓茶業) 보성다원(寶城茶園)입니다. 방금 제가 설
명을 드렸지요? 그곳이 대한다업 보성다원인데 여름의 향기 온달왕자들과 같은 TV프로그램
에 많이 소개가 되었던 다원입니다!” 하였더니 “아저씨 그러면 그곳에 가면 여름에 향기라
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차밭도 함께 있나요?” 하고 다시 묻습니다. “아니죠 여름의 향기에
나오는 차밭은 그곳에서 약 4㎞ 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였더니

“아저씨 그러면 오늘 하루에 모두 구경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습니다. “글쎄요? 그것까지
는 제가 어떻게 대답하기가 곤란하군요! 두 분께서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
겠지요!” 하였더니 “아저씨 바쁘신 데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름의 향기에 나오는 차밭은 어
느 쪽으로 가야 되나요?” 하고 묻습니다. “예 여름의 향기에 소개된 차밭은 보성다원에서
나오셔서 보성 쪽으로 오시지 마시고 회천면 쪽으로 약2㎞ 쯤 거시다 보면 삼거리가 나올겁
니다. 그곳에서 우회전을 하셔서 약 2㎞ 쯤 가시다 왼쪽을 보면 아주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보이는 넓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여름의 향기에 소개된 차밭입니다!”

하고 설명을 하였더니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서는 차의 유리창을 닫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잠깐만요!” 하고 다시 제가 차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랬더니 “웬일이세요!” 하는
표정으로 젊은 부부는 저를 쳐다봅니다. “여름의 향기에 나오는 차밭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
다. 왜냐 하면 그곳은 대한다업 제2농장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잘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하였더니 젊은 부부는 눈을 반짝이며 “그렇습니까? 그러면 자세히 설명을 좀 해주세요!” 합
니다. 그래서 “아까 대한다원에서 나오신 후에 회천면 쪽으로 약 2㎞ 쯤 가시다 우회전을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곳에서 계속 가시다가 웅치면이라는 이정표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웅치면 쪽으로 왼쪽을 보시면서 천천히 가십시오 제2 농장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관광객들이 없기 때문에 잘 살펴보시고 가셔야 찾으실 수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그곳도
관광지이려니 생각을 하고서 사람들이나 차들이 주차된 것을 찾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자칫
웅치면으로 가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혹시 찾지 못하시면 사람들에게 대한다원 제2 농장을 물으시면 됩니다. 회천면은 지
금이 마치 늦가을 같아서 차밭과 주위의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찾아 가시다면 절대로 후회
하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즐거운 여행이 되십시오!“ 하였
더니 ”아저씨 바쁘실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하면서 부부가 나란히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오래도록 손을 흔들며 저의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신혼부부 님! 부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하는 저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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