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소포와의 전쟁

큰가방 2004. 1. 18. 20:58

언제나 그렇듯이 설날이 가까워지면서 또 다시 소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집배원 한사람이 하루에 배달하는 소포의 개수는 7~9개정도 조금 많으면 15~20개
정도인데 설날이 가까워지면서 50~70개 정도의 많으면 한사람이 100여 개의 소포를 배달해
야만 합니다. 날씨는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어 우편물이 도착되어 정리를 하
다가 밖을 내다보니 함박눈으로 변하여 내리고 있습니다. "제발 날씨라도 좋아야 할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기온은 그렇게 차갑지는 않은지 눈이 도로에 닿자마자
녹아버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우편물이 어떻습니까?" 하시는 우리 우체국 국장 님의 질문에 "어제보다 5파렛 (파
렛은 우체국에서 소포를 담아 운반하는 용기입니다) 정도 소포가 더 많아 졌는데요!" 하였
더니 "그러면 오늘은 어디 쪽으로 한번 다녀올까요?" 하십니다. "지금은 노동우체국으로 소
포를 한번 실어다 놓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였더니 "그럼 준비해서 내려오세요!" 하시면
서 1층으로 내려가십니다. 그래서 어른 주먹만한 소포에서부터 커다란 사과 상자와 같은 소
포 100여 개를 우리 우체국 국장님 승용차와 직원의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서 노동우체국으
로 실려 보냅니다.

 

언제나 명절이 다가오면 우체국에서는 소포와의 전쟁을 치러야만 합니다. 그러면 집배원들
이 모든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싣고서 배달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우체국 자체 보유 차량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승용차에 우리 우체국 국장님 승용차까지 총 동원이 되어서 소포를 집배
원들이 배달하기 편리한 장소를 지정하여 그곳으로 소포를 운반하여 잠시 보관을 하여 둡니
다. 그러면 집배원들이 우선 일반 우편물과 등기우편물 배달을 끝마치고 소포 보관 장소에
서 다시 소포를 각 가정으로 배달하게 됩니다.

 

제가 우편물을 배달하러 우체국 문을 나설 때는 내리던 눈은 멎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
음으로 아까 우리 우체국 국장님 승용차와 직원의 승용차에 실려보내고 남은  보성군 노동
우체국까지 가면서 배달할 우편물과 소포를 오토바이 적재함 가득히 싣고 적재함에 붙어있
는 망사를 이용하여 소포를 묶고있는데 동료 직원이 "아니 팀장 님 우편물을 그렇게 많이
싣고 어떻게 배달하시겠어요?" 하고 묻습니다. "소포가 무거우면 곤란한데 이 소포는 가벼
우니까 괜찮아!" 하면서 노동면으로 향하여 출발합니다.

 

시골마을의 입구에는 "여러분의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또는 "귀향을 환영합니다. 편
히 쉬어 가십시오!" 하는 현수막이 붙어있어 이제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합
니다. 저는 노동면 광곡리의 노동면 소재지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오토바이 적재함에 실려있
던 소포까지 모두 배달하고 다시 노동우체국에서 다음 코스인 용호리로 쪽의 우편물과 소포
를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남은 소포60여 개는 금호리에 있는 조그만 슈퍼에 보관하여 줄 것
을 노동우체국 직원에게 부탁을 하고 용호리를 향하여 달려갑니다.

 

그리고 저는 옥마리 금호리 그리고 감정리까지 일반우편물과 등기 우편물의 배달이 끝나자
다시 금호리 소포가 보관되어있는 슈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소포
가 슈퍼 안에 쌓여있는 것이 아니고 도로 가에 쌓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소포
가 한 두개도 아닌데 슈퍼 안에 놓아둘 장소가 없는데 슈퍼 안에 보관이 되었을 것! 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였구나! 그리고 소포가 밖에 쌓여있다고 해도 누가 훔쳐 갈 사람도 없는
데" 하는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3개 리
(里)의 소포 배달이 끝나자 마지막 남은 우편물과 소포를 싣고서 대련리로 향하여 달려갑니다.

 

그리고 제가 대련리 2구 적련 마을로 들어서면서 날은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어두
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적련 마을의 우편물 배달이 끝이 나자 날은 완전히 어두워져 주
위가 캄캄한 암흑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낮의 길이가 한시간 만 더 길었으면 좋
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저는 마지막 마을인 대련리 장자 마을로 향하면서 "아! 오늘 하루
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날씨도 비나 눈도 오지 않고 춥지도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련리 장자 마을의 우편물 배달이 끝이 나고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보성
우체국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우체국에 귀국하였을 때는 벌써 시간은 오후 6시 30분을 가
르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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