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음식점에서 생긴 일

큰가방 2004. 6. 26. 21:08

음식점에서 생긴 일


2000/03/07


오늘도 오후 2시 반 늦은 점심을 먹으러 친구부부가 운영하는 중화요리 집으로 갔다.
종업원도 없이 친구부부만 운영하는 식당인지라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인지 식탁에는 여기
저기 미쳐 치우지 못한 빈 그릇들이 놓여져 있었고 친구는 음식을 배달 갔는지 보이지 않았
으며 친구의 부인은 주방에서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음식을 시켜 놓고 막 자
리에 앉았을 때 오십이 갓 넘긴 듯한 부부로 보이는 장애인 (한쪽 다리가 불편한)두 분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애인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저씨 이 식당에는 왜 치우지 못한 빈 그릇이
이렇게 많아요?“ 하는 물음에 나는 그저 건성으로 "예 종업원도 없이 부부 둘이서 만 운영
하는 식당이라 그래요" 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께서는 주방을 힐끗 보시
더니 "어머 젊은 아주머니께서 고생이 많으시네!" 하시더니 식탁 위에 널려있는 빈 그릇을
깨끗이 치우시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이내 설거지까지 깨끗이 하시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혹시 이 집하고 친척 되세요"? 하는 나의 물음에 그 아주머니께서는 겸연쩍은 얼
굴로 "아니요 그저 젊은 아줌마가 고생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남
편 되시는 듯한 분께서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시고 잠시후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고 두 분
께서는 자장면을 맛있게 드시면서 "오랜만에 먹어보는 자장면이라 정말 맛있네" 하시더니
마지막 단무지 두 조각이 남자 "이것도 버리면 쓰레기니까 우리가 한 조각씩 먹읍시다!"

 

하면서 그릇을 깨끗이 비우시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친구부인이 설거지까지 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한사코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아줌마! 저희들은 괜찮으니까요! 혹시 다음
에 불우한 사람이 오면 그때 짜장면 한 그릇을 공짜로 대접해 주세요!" 하면서 음식값을 계
산하시며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런 것을 느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육신은 멀쩡하나 마음의 장애인이 얼마
나 많은가? 오늘 내가 본 그 두 분의 장애인부부야 말로 몸은 비록 장애인이지만 정신만은
어느 정상인 못지 않은 훌륭한 마음씨를 갖고 계신 분이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그 장애인
부부의 행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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