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9

육촌 형님의 부음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 주위를 맴돌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포근한 날씨로 변하면서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듯 시골 들녘 농로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밥풀처럼 조그만 잉크 색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마당 청소를 하려고 다소 헐렁해져 빙빙 돌아가는 대 빗자루를 철사로 감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형님 접니다.” “잘 지내고 있냐? 집안에 별일 없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 하시던 광주(光州)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랬어요. 장례식장은 어디라고 하던가요?” “광주 학동에 있는 장례식장 알지?” “예! 알고 있지요.” “그럼 거기서..

꼼지락 거리기 2022.02.19

영리한 집 쥐

영리한 집 쥐 관주산 정상에서 선배 한분과 천천히 내려오는데 길 왼쪽 넓은 밭에서 잘 아는 형님께서 잡초 같은 것을 뽑으며 거름을 뿌리고 있었다. “형님! 아직 농사철도 아닌데 무슨 일을 벌써부터 시작하셨어요?” “무슨 일이나마나 기왕에 해야 할 일인께 할 것은 미리서 준비를 해야 안 쓰것는가? 그란디 올해는 이상하게 두더지가 밭을 다 파놨네! 이것들을 우추고 해야 쓰까?” “그게 사람 몸에 아주 좋다는데 잡아서 고와 드시면 좋겠는데요.” “그란디 그것을 우추고 잡어서 고와 묵으꺼인가?”하자 옆의 선배께서“덫을 놓으면 된다는디 아직 그것은 안 놔봤제 잉!” “내가 농사 진지도 을마 안된 사람인디 은제 두더지 덫은 놔 봤것는가?” “형님 그러면 두더지 때문에 피해가 많으신가요?” “아무래도 농작물 뿌리 같..

꼼지락 거리기 2021.06.05

"요즘 추어탕 맛은 왜 이럴까?"

요즘 추어탕 맛은 왜 이럴까? 오늘은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이며 큰 추위를 뜻한다는 대한(大寒)인데‘소한(小寒)에 얼었던 얼음 대한에 녹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옛날 속담처럼 아침에 잠시 상당한 추위를 느꼈으나 동녘의 밝은 해가 떠오르면서‘언제 추웠냐?’는 듯 봄날을 연상케 할 정도의 포근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마을 형님 한 분과 산을 내려오는데 “동생! 오늘은 이쪽 길로 가면 어떻겠는가?”물어서 “그럼 그렇게 하시게요.”하고 보성읍 주봉리 구교마을 쪽으로 천천히 걷는데 길 밑 밭에 있는 배추들은 지난 번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겉잎이 모두 시들고 말라 꽁꽁 언 채 서 있었다. “형님! 저 배추들은 모두 썩은 것처럼 보이는데 겉잎을 벗겨내면..

꼼지락 거리기 2021.03.13

"모든 것은 운명이야!"

“모든 것은 운명이야!” 동녘에 환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밝고 고운 햇살을 온 누리에 선물하자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방울 영롱하게 반짝이는데, 새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지 여기저기 모여 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고,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붉은 장미 아가씨 지나는 길손을 바라보며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運動)을 마치고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산을 내려와 차(車)가 다니는 도로(道路)로 접어들었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길가에 쓰러져 죽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선배께서 “어! 왜 이게 여기서 죽어있지?”하자 옆의 선배께서 “차에 치었을까? 그놈 예쁘게도 생겼는데 이렇게 죽은 걸 보니 정말 안타깝네 그려!” “그러니까요! 차가 보이면 사람 같으..

꼼지락 거리기 2020.08.08

농약의 허와 실

농약의 허와 실 관주산에서 선배 두 분과 천천히 내려오는데 “저쪽에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네!”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얼른 보기에도 3~40년은 되었을 것 같은 커다란 소나무의 잎이 모두 말라 죽은 것처럼 보였다. “왜 죽었을까요? 나무가 저 정도 되려면 꽤 오래 키워야 할 텐데 아깝네요.” “그러게 말이야! 혹시 누가 제초제(除草劑) 뿌려 놓은 건 아닐까?” “누가 나무와 원수가 져서 여기까지 와서 그걸 뿌리겠어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옛날에는 농약(農藥)을 잘못 뿌려 혼난 사람들이 많았어.” “정말 그랬어요?” “우리 건너 마을 박(朴)씨라고 자네 아는가?” “차(車) 가지고 다니며 장사하는 분 말씀이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 사람이 원래 장사를 했던 게 아니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

꼼지락 거리기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