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9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아침부터 게으름을 피우던 하늘의 햇님은 오전 10시가 넘었어도 늦잠을 주무시는지 구름 속에서 나올 줄을 모르는데 숲속의 새들은“꾸찌! 꾸찌! 꾸찌!”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고, 길가에 빨강, 노랑, 하얀색의 밥알만큼 작은 이름 모를 꽃들은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 진작부터 시작된 봄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후배가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하면서 “형님 오셨어요?”하며 반긴다. “오늘은 자네 혼자만 있는가?” “그러니까요. 방금 전까지도 사람이 대여섯 명 있었는데 갑자기 모두 내려가 버리네요.” “그랬어? 내가 올라오면서 일곱 명인가 만났는데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거든.” “그러니..

꼼지락 거리기 2021.06.26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엊그제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한 바람은 노란, 빨강, 분홍의 고운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 변해가는 숲속의 나무들을 흔들고, 간지럽히고, 못살게 굴면서 몇 장 남아있는 나뭇잎마저 기어이 뺏어버리려는 듯 계속 괴롭히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몇 장 구르고 또 굴러 바람이 들지 않은 양지쪽 귀퉁이에서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선배에게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여있는 나뭇잎을 가르치며 “형님! 옛날 같으면 저렇게 낙엽이 쌓여있으면 나무하려고 모두 다 긁어갔겠지요?”하였더니 “그렇지! 저건 오리나무 잎인데 저런 것은 긁으면 뻣뻣해서 깍지가 잘 안쳐지거든.” “그러면 어떻게 하셨어요?” “그럴 때는 소나무 잎을 긁어 함께 섞어 깍지를 치면 되는데..

꼼지락 거리기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