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10

육촌 형님의 부음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 주위를 맴돌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포근한 날씨로 변하면서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듯 시골 들녘 농로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밥풀처럼 조그만 잉크 색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마당 청소를 하려고 다소 헐렁해져 빙빙 돌아가는 대 빗자루를 철사로 감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형님 접니다.” “잘 지내고 있냐? 집안에 별일 없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 하시던 광주(光州)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랬어요. 장례식장은 어디라고 하던가요?” “광주 학동에 있는 장례식장 알지?” “예! 알고 있지요.” “그럼 거기서..

꼼지락 거리기 2022.02.19

이상한 식성

이상한 식성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에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는 햇볕은 따갑다 못해 뜨거움이 느껴지고, 시골 들녘의 넓은 논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심어놓은 어린모들이 어느새 뿌리 발을 하였는지 파릇파릇하고 튼튼하게 자라나 풍년 농사를 약속하는 듯 보이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잠자리 한 마리 모 주위를 왔다 갔다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솟아올라 멀리 날아가 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運動)을 하고 있는데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 부부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동생 오랜만일세! 그동안 건강하셨는가? 집안에 별일은 없고?” “ 별일이야 있겠어요? 한 가지 걱정거리 빼고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어요.” ..

꼼지락 거리기 2020.09.26

후배의 퇴직금

후배의 퇴직금 관주산에서 운동(運動)을 끝내고 선배와 함께 내려오는데‘웨~웨~웽!’풀 베는 예초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길 아래쪽에 위치한 무덤에서 누군가 벌초(伐草)를 하고 있었다. “날씨도 무더운데 수고가 많으십니다.”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돌리더니 “어! 형님! 이거 정말 오랜만이네요.”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안면보호구를 벗으며 반갑게 인사하였다. “자네 오랜만일세! 그런데 여기는 누구 산소인데 이렇게 무더운 날 벌초를 하고 있는가?” “저의 조부(祖父)님 산소인데 오늘 제가 시간이 조금 있어서 온 김에 아주 벌초까지 하고 가려고요.” “그러면 자네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데?” “저는 장흥(長興)에서 살고 있어요.” “누구에게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지금도 근무..

꼼지락 거리기 202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