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없는 여자들
전남 보성읍 덕정 마을 가운데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마루 한쪽에 도마를 놓고 고기를 썰고 계시다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하신다.
“아저씨! 우리 집이 어지께 지사 지내고 남은 반찬 잔 동네사람들 나놔 줄라고 지금 썰고 있어 그랑께 되야지(돼지) 괴기하고
해찬(생선)도 있고 항께 이리 올라 오씨요! 어서 이리 올라 오랑께! 그라고 술 한 잔만 하고 가!” 하며 마루에 앉기를 권하셨다.
“할머니 지금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어서 술은 마시면 안 되거든요! 죄송합니다. 술은 다음에 마실게요!”
“아따~아 그란다고 술 한 잔도 못해 딱 쇠주 한잔만 하문 되꺼인디!” 하며 한사코 마루에 올라앉기를 권하셔서, “정말이라니까요!
술은 마시면 정말 안 되니까 다음에 오토바이 안타고 다닐 때 마실 게요.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란다고 술 한 잔도 하문 안 되야?
딱 한잔 만 하문 되꺼인디!” “술은 정말 안 되거든요, 죄송합니다!”하고 밖으로 나오려 하자“워따~아! 한잔만 하고 가문 되꺼인디!” 하며 정말 서운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기 때문에
술은 마실 수 없는 입장이어서 할머니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었다. 나는 다시 삼산마을 맨 위쪽 집 사립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마당으로 택배 한 개를 가지고 들어서자 할머니 세분과 영감님 한 분께서 양지쪽 평상 위에서 바가지 보다 약간 큰 노란 색 양푼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밥을 비벼서 그런지 맛있게 보이는 비빔밥을 가운데 놓고 식사를 하고 계시더니
“어! 반간 사람이 들어오네!” 하며 반기신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어요?”묻자 할머니께서 “존일은 먼 존일이 있간디
날마다 식은 밥이 남어 싸서 읍애 불라고 밥 남은 것 싹 모타서 비벼갖고 묵고 앙것제!” “잘하셨네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하며
가지고 들어간 택배를 전해드리고 막 사립문을 나서려는데 할머니 한 분께서 “우체구 아제! 밥은 이라고 식은 밥을 비벼갖고
자시란 소리도 못 하것고 그랑께 이리와 쇠주나 한잔하고 가~아!”하고 부르신다. “저는 지금 술은 마시면 안 되거든요!
다음에 마실게요!”하고 사양하자 “와따~아! 그란다고 술 한 잔도 안 되야? 그라지 말고 이루와 한잔만 하고 가! 혹시 안주가 읍어 그란가?”
“정말 이라니까요! 지금은 제가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술은 마시면 절대 안돼요!”하자 옆의 할머니께서
“워따 첨 보것네! 옛말에 비상 전에서도 맛은 본다고 그라드만! 근다고 늙은이들이 뭣을 묵고 있는디, 맛이라도 보고 가야제!
기양 가불라고? 쇠주 한잔 만 하고 가문 되꺼인디!”하시자, 그 순간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영감님께서 빨간 오토바이를 가르치며
“저 사람은 저른 것을 몰고 댕긴께 술은 주문 안돼야 알았어? 그라다가 사고라도 나문 으짤라고 자꼬 술을 묵으라고 그래~싸!
쩌~그 아래 질가에 잔 봐! 차들이 을마나 많이 댕긴가! 그란디 술을 줘 갖고 먼일 날지 알아서 자꼬 술을 묵으라고 그래싸!
참말로 여자들은 절므나 늘그나 으째 이라고 속들이 읍는가 몰것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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