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나는 으짜라고?"

큰가방 2015. 11. 14. 09:57

나는 으짜라고?

 

4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로 변하여 시골마을을 향하여 가는 길 옆 양지쪽에는 어느새 이름 모를 새싹들이

파릇파릇 움 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농촌 들녘에는 농부들이 이제부터 시작될 농사철을 대비하기 위하여 벌써부터

 

퇴비를 트랙터에 실어 와 논바닥에 깔기 시작하고 있었다. 전남 보성읍 덕정 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정골에 있는 독립가옥을 향하여 우측으로 천천히 농로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길 왼쪽 양지바른 언덕에서 할머니 혼자 열심히 무엇인가 하고 계신다.

 

거기서 무엇하고 계세요?” 묻자 빙긋이 웃으며 쑥 잔 캐고 있어!” 하신다. 그러고 보니 언덕 옆 양지쪽에는

지난겨울 매섭고도 차가운 추위를 이겨낸 쑥들이 파릇파릇한 새싹을 내놓고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요즘 쑥이 맛있을 때지요?” “! 언저녁에 멸치 잔 넣고 된장국을 끼랬는디 영 맛있고 좋드랑께!”

그럼 많이 캐시면 저 조금만 주시겠어요?” “그라문 이따가 우리 집으로 와!” 하신다. 나는 쑥 캐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다음 마을을 향하여 달리다 삼산 윗마을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데 길 왼쪽 기다란 밭에 할머니 두 분이 길게 하얀 줄을 쳐놓고

줄에 맞추어 무엇인가 열심히 심고 계셨다. 그래서 빨간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밭둑에 앉아 계신 영감님께

 

지금 할머니들이 무엇을 심고 계세요?” “녹차 나무 씨앗 심고 있어!” “차나무 씨앗을 심으면 지금은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

그랑께 말이여! 나도 너무 빠르것다 그랬는디 저그 으디서 물어본께 지금이 적기라고 그래서 심고 있는 거여!”

 

~에 그렇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하고 오토바이에 막 오르려는 순간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씨앗을 열심히 심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께서아자씨! 우체구 아자씨하며 부르신다.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대답하자.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변하시더니

 

거시기 부탁이 한나 있는디 말해도 괜찬하까?” “무슨 부탁인데요?” “따른 것이 아니고 저그 밭둑에 앙거있는 영감탱이 안 있어?

저 영감 잔 좀 잡어가 부러!” “~? 아니 저기 계신 어르신을 왜 잡아가라고 하세요?”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더니

 

영감탱이가 밭에 왔으문 일이 나 같이 좀 하꺼이제만, 일은 안하고 거가 앙거서 맨 잔소리만 하고 있응께 시끄루와서 못 살것어!

그랑께 저 영감탱이 좀 잡어 가부러!”하시자 영감님께서 아니 내가 은제 잔소리 했어? 나는 맨 존 소리만 하는 사람인디!”

 

집이는 존소리라고 해도 내가 듣기는 잔소리로만 들린디 그래!”하시자 옆에서 함께 일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아니 영감을 잡어가라고 할라문 자네 영감이나 잡어가라 글제, 으째 우리 영감을 잡어가라 그래싼가?

 

그라고 우리 영감 잡어가 불문 나는 으짜라고? 우리 영감하고 엔수졌는가?”그래서할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어르신 안 잡아갈게요!”하였더니

영감님을 잡아가라고 하셨던 할머니와따~! 늙었어도 영감탱이 읍으문 못 살것는 갑네! 그라문 잡어가지 마씨요!”

 

"할머니 무엇하고 계세요?" "이~잉! 실가리(시레기) 잔 쌈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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