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사탕 한 알

큰가방 2015. 12. 6. 15:57

사탕 한 알

 

전남 보성읍 덕정마을의 응달쪽 마당으로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우메! 반간 양반이 오셨네!

우리 집 뭔 존 소식 갖고 왔어?” 하며 반기신다. “오늘은 국가보훈처에서 신문이 왔네요!”건네 드리며

 

그제 저에게 전화하신 약은 어떻게 되었어요?” “인자 본게 약을 우체국으로 보낸 것이 아니고 다른 택배로 보냈데!

그란디 배달한 사람이 내 이름을 모른께 동네 와서 못 찾고 그냥 갖고 갔다, 다시 와서 찾었다고 어지께사 약을 주고 가드랑께!”그러니까

 

엊그제 퇴근하여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내가 묵고 있는 약이 인자 거자 떨어져 가고 있는디

광주서는 약을 보냈다 그란디 으째 우리 집으로 배달을 안 해주요?” “약이 오늘은 도착을 안했으니까 내일까지 더 기다려보세요!”

 

제발 얼렁 좀 갖다 주씨요! 내 속 좀 태우지 말고 잉!” “저희들은 약이 오면 집을 비우셔도 놔두고 오는데 왜 할머니 속을 태우겠어요!” 하였는데

기다리던 약이 일반 택배를 이용하여 도착했던 것이다. “늦게라도 약을 받으셨으니 다행이네요.”대답하고는 다시

 

오서 마을 맨 위쪽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가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할머니 계세요!”큰소리로 부르자 방문을 여시더니

잘 걷지도 못하는 불편한 몸으로 엉금 엉금기어 마루로 나오시며 우메! 아자씨! 우리 집이 뭣이 왔으까~!”하며 반기신다.

 

오늘 할머니께는 반가운 택배가 하나왔네요!”하며 라면박스 절반 크기의 택배를 마루에 살며시 내려놓았더니

그라문 도장은 안 받어 가꺼여?”하며 상당히 긴장하는 얼굴이다. “우리 할머니가 예쁘시니까 도장은 안 받아도 되요!” 하였더니

 

빙그레 웃으며 엊저녁에 우리 솔녀 딸이할머니 내가 소포 보냈응께 낼이나 모레 가꺼이네! 그랑께 으디 가지 말고 집이 있다가

꼭 받으소 잉!’하드란 말이요! 글드만 소포가 금방 와부네! 그란디 집이가 도장이 한 개도 읍어갖고 도장을 주라고 그라문 으짜끄나!

 

꺽정을 했드만 도장주란 소리도 안하네! 으째 이라고 우체구 아자씨들은 이삔 짓거리만 한가 몰것서!”하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손녀가 좋은 선물을 보내 기쁘시겠네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오토바이를 막 돌리려는데아저씨! 이리 잔 와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하였더니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왕사탕 한 알을 주시며 맨 날 우리 집 심바람 만 해싼디

늙은이가 줄 것이 읍응게 미안해 죽것네! 이것이라도 입에 물고 댕겨봐! 그라문 덜 심심한께!” “사탕은 그냥 놔두셨다 심심하실 때 잡수세요!”

 

와따~! 짝어서 그래? 그라문 두 개 주께!” “그러시면 한 개만 주세요!” “와따~! 두 개 갖고 가문 조꺼 인디!” 하며

사탕 한 알을 꼭 쥐어주신다. 그래서 사탕 한 알을 받아 입에 물고 다음 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가면서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사탕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나는 집배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었는데

할머니께서는 우리 집배원들이 한 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니었는지!”

 

"아제! 우리집이는 편지 읍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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