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四寸)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이래야 형제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해서 “오늘 동생 가족이 오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고,
내일은 산소와 작은댁을, 모레는 처갓집을 다녀오면 연휴가 끝나겠구나!”생각하는 순간 동생 내외와 조카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나 다른 때 같으면“큰아빠! 큰엄마!”하고 고등학교 3학년과 2학년인 여(女) 조카가 올 줄 알았는데 얼마 후에 있을 대학 시험 때문에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한다. “참! 대학이 무엇인지!” 매우 서운하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이다.
“동국아! 큰집에 오니까 좋아?”대학에 다니는 사촌 형의 물음에“응! 좋아!” “무엇이 좋은데?” “그냥 좋아!”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강아지를 만져보기도 하였다. “형아! 형아~아!”사촌 형을 부르더니“나! 컴퓨터하면 안 돼?” “동국이는 아직 어리니까 안 돼!”
“어! 나는 컴퓨터를 하루만 하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단 말이야!” “아니 입에 가시가 돋는다니 그 말은 또 무슨 말이냐?”
“그러니까! 컴퓨터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어리광을 부리다 컴퓨터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킥! 킥!’거리더니 “아~앙 다시 해~에!”
울음이 섞인 소리를 지르다“알았다! 알았어!”사촌 형의 목소리에 다시 조용해졌다. “아니! 무엇을 하는데 애를 울리고 그러냐?”
“게임하는데 동국이가 계속 지니까 그러네요!” “그러면 한 번씩 져주고 그래야지 형이 계속해서 이기면 좋겠냐?”
그리고 한참 조용하더니 갑자기 무엇이 “쿵!”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방문을 열어보니 이번에는 방안에서 씨름 시합이 한참이었다.
그런데 조카는 씨름에 자꾸 지니까 이번에도 또 어리광이다. “아~앙 다시 해!”그런데 형이 한번 져주었는지 이내 조용해졌다.
“애들아! 이리와 같이 송편 만들자!” 하자 식구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조카가 만든 송편이 자꾸 배가 갈라지고
옆구리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크엄마! 왜 내가 만든 송편은 이렇게 자꾸 옆구리가 터져요?” “송편은 정성을 들여 만드는데
동국이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니까 그렇지!” “이상하다! 나도 정성을 들이는데 왜 내가 만든 송편은 자꾸 옆구리가 터지지!”
“크아빠 송편은 밀가루로 만들면 안돼요?” “송편은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쌀가루로 만드는 거란다, 송편도 떡인데 밀가루로 만들면 되겠니?”
“아~아! 그렇구나!”하고 금방 쪄낸 송편 몇 개를 먹고 나더니 다시 방안에서“아~앙 다시 해!”떼쓰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아니 이번에는 무엇을 하기에 그 야단이냐?”방문을 열었더니 카드놀이를 하는데 자꾸 조카가 지는 모양이다. 그러자 다시 떼를 쓰고
그러면 형들은“그래! 그럼 그러자!”다시 하지만 대학 다니는 형을 이길 수 없으니 다시 또 “아~앙! 다시 해~에!”하고 어리광을 부리기에
“동국이는 형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어떻게 살았냐?”물었더니 나를 보고 한번 씩 웃고는 다시 카드놀이에 열중이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조카도 대학 시험이라는 굴레 때문에 명절이면 큰집을 못 올 것이다. 그러나 “큰집에 가면 내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형이 있고
늘 가고 싶은 큰집!”이라는 마음이 항상 남아있기를 바랄뿐이다.
"새 쌀 나올 때가 되야서 그란가 으짠가 묵은 쌀에 자꼬 바개미가 일나 싼당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