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푸념
오후 4시 반,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하여 오늘도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전남 보성읍 우산리 쇠주몰 마을로 접어들자, 도로 옆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 평상(平床)을 놓아두고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께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맞추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였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이~잉! 으디 가시요?”하고 묻는다. “저쪽 구마산으로 운동하러가요.” “으~응 그래~에!”하시는 것을 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아재~에! 이리 잔 와봐!”하고 부르신다. “왜 그러세요?”하고 가까이 다가서자
“거시기 옛날에 우체구 편지 배달했든 양반 맞제?” “예! 맞아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아니~이! 그저께도 인사를 하고 지내가고,
어지께도 인사를 하고 지내가고, 오늘도 인사를 하고 지내간디, 인사를 받고 봉께 마니 본 사람 같기는 한디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제! 그란디 카만이 생각해 봉께 우체국 아재 같이 생겼드랑께 그래서 물어 보니라고!”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그라문 인자 우체구는 안 댕기고?” “이제는 정년퇴직했어요.” “오~오! 그새 정년퇴직을 했구만 그랑께! 으째 요새는 통
아재가 안 뵈이고 절문 사람만 뵈인다 그랬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외현(外玄)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께서 어디를 다녀오시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와따~아! 날도 징하게도 덥네~에!”하고 평상위로 앉으며 “여그는 잔 씨연한가?”물으신다.
“오늘은 제법 바람도 많이 불어 시원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무더운 날 어디를 다녀오세요?” “쩌그 시내 한의원(韓醫院)에 잔 갔다 오니라고!”
“왜요! 어디 편찮으세요?” “나는 으째 이라고 오른쪽 물팍이 물짠고 그라고 안 좋단께!” “무릎이 많이 아파서 그러세요?”
“아프기도 하고, 으짤 때는 시린 것도 같고, 또 으짤 때는 욱신거리고, 쭈시기도 하고 글드랑께!” “그러면 병원(病院)에 가시지 그러셨어요.”
“그란디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타다 묵으문 그때뿐이고 도로 아퍼부러! 그란디 한의원에 가서 침(鍼)을 맞으문 그래도
한 며칠은 아픈지 모르고 일도 하고 그란단께”하시더니 옆에 계신 할머니께 “집이는 어끄저께 딸네 집 갔다 그라드문 은제 와 부렇소?”묻는다.
“나~아? 엊그저께?” “어끄저께 딸집 간다고 안 그랬어?” “오~오! 나는 또 멋이라고! 그때 딸집 간거이 아니고 나도 한의원에 갔다 왔어!”
“한의원에 갔다고?” “집이는 물팍이 안 좋다 그랬제? 나는 허리가 안 좋아 갖고 자고 일어 날라문 죽것서! 그랑께 한 번씩 인날라문
이리 궁글고 쩌리 궁글고 몇 번을 우추고해야 포도시 인난디 집이 같이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藥) 타다묵으문 한 며칠은 괜찬해!
그란디 도로 아프고 그래싼께 우리 딸이 으서 들었는고 쩌그 담양(潭陽)에 있는 한의원에서 아조 침을 잘 논다고 갔다오자 그래서 갔다왔어!”
“그라문 갔다 온께 으짭디여?” “어끄저께까지 세번 갔다왔는디 갔다 온 뒤로 아픈디도 덜하고 확실히 좋드랑께!”
“오~오! 그래 잉! 그라문 거그서 물팍도 잘 본다고 그랍디여?” “허리를 잘 본 사람잉께 물팍도 잘 보것제! 그란디 거그 한 번 가 볼라고?”
“오늘 한의원에 갔다 왔응께 한 며칠 지내보고 안 되것으문 한 번 갔다 와야제! 그란디 거그가 으디라고?” “쩌그 우게 담양이랑께!”
“담양이라고? 그라문 멀기는 멀구만 그래도 낮기만 하문 담양 아니라 으디도 갔다 올 수는 있제~에!”하시더니 “사람이 삼시로 안 아프고 살문 을마나 조까?”
"빈 공간이 아까우니 이렇게 해서 여기다 야채를 심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