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나비야! 나비야!"

큰가방 2016. 11. 6. 17:32

나비야! 나비야!”

 

읍사무소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들어 매일 섭씨 35도가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약자들께서는 낮 12시부터 오후4시 사이에 나들이를 삼가 하시고, 물을 많이 드셔서 혹시 모를 온열질환 사고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뜨겁게 달궈진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는데

애기 아빠 빨리 이리와 봐~!”하며 급하게 집사람이 부른다. “지금 어디서 부르고 있는데?” “여기 창고야! 창고!”해서

 

얼른 달려갔는데 방금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커다란 쥐 한 마리가 저기 앉아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쏜살같이 저기 틈 사이로 들어가 버렸어!”

하며 자전거가 세워져있는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르친다. “쥐가 있으면 잡아버리지 나를 부르고 있어?” “여자가 어떻게 잡아? 남자가 잡아야지!”

 

보여야 잡지 어디로 숨어버렸는데 그걸 어떻게 잡아?” “그럼 여기저기 들썩거리면 나오지 않을까?” “쥐가 얼마나 영악한 동물인데

물건 조금 들썩거렸다고 나오게 생겼어? 지난번에 사다놓은 끈끈이 있지? 거기에 미끼를 올려놓고 쥐가 있었던 자리에 놔두면 이삼일 있으면 잡힐 거야!”

 

쥐가 굉장히 영악한 짐승이라면서 정말 잡힐까?” “그건 걱정 말아 분명히 잡힐 거니까!”큰소리를 치면서 끈끈이를 찾아 가운데에

개 사료 몇 조각을 놓아 쥐가 있었다는 자리에 놓고, 다시 마당에 물을 뿌리려는데 얘기 아빠 얼른 이리와 봐!”하며 또 부른다.

 

아니 무슨 일로 자꾸 불러?” “여기! 여기!”하며 집사람이 가르친 곳은 집 뒤 조그만 텃밭에 고구마를 심어놓았는데 누군가 밭을 헤집고

고구마를 캤는데 아무리 봐도 쥐가 범인 같다는 것이다. “아직 사람은 맛도 못 보았는데 써글노무 쥐에끼가 여기를 파고 고구마를 훔쳐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집사람의 소리에가만있자. 여기도 끈끈이를 놔버려! 그러다 혹시 참새 같은 새들이 달라붙으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안 되겠고! 그렇다고 아직 맛도 들지 않은 고구마를 캐버릴 수도 없고!’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이럴 때 고양이가 있으면 정말 좋은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때 우리 가족이었던 고양이 나비가 생각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약 3년 전 집사람이 길가에 쓰레기를 내놓고

골목길을 올라오는데 검정바탕에 회색 줄무늬가 있는 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놀고 있어. ‘나비야! 갈데없으면 우리 집으로 가자!’하였더니

 

두 마리는 도망가고 한 마리만 집사람 뒤를 졸졸 따라오더란다. 그렇게 해서 우리와 식구가 되었는데 이 고양이가 식사 때만 되면

밥 달라며 야옹! 야옹!’소리를 지르고 야단이다. “! 너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은 어디서 배웠냐?”물었지만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소리만 지르다.

 

밥을 주면 맛있게 먹고, 집에 있는 강아지들과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원래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는데 그렇게 장난치는 것은 반칙 아니냐?”

물었지만 대답도 없이 식사 때가 되면 밥 달라고야옹! 야옹!’소리를 질러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으나 그 뒤부터 집안에서

 

쥐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약 3년이 지난 어느 날 고양이는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황색 바탕에 하얀 점이 있는

고양이를 한 마리 데리고 왔는데 집사람이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어디론가 나가더니 그 다음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그 고양이가 있었다면 쥐 때문에 애를 먹지 않을 것 같은데. “나비야! 빨리 돌아와 쥐들을 좀 처리해 줄 수 없겠냐?” 


"나비야! 왜 지붕위에 올라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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