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
선선한 날씨 때문에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으나 여전히 섭씨 34~5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제와 그제 가뭄을 해갈할 만큼 많은 양(量)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고 나자 날씨는 약간 쌀쌀함을 느낄 정도로 선선해져 있었다.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등산로 쪽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자라날 대로 자라나 얼기설기 얽혀있는
칡넝쿨을 잡아당기고 계신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엇 하려고 이걸 걷어내고 계세요?”묻자“이 옆에가 우리 아들집이요.
그란디 집 옆에 이라고 풀들이 지러가꼬 있으문 사람이 암도 안산지 아꺼 아니요. 그라고 또 뵈기도 실코 그래서 잔 걷어 불라고 그라요.
근디 그것은 으째 물어 보요?” “저는 소나 염소 같은 동물을 먹이려고 걷는 줄 알았거든요.” “으째 짐승이 읍었다요.
맴생이가 새끼까지 배 갖고 을마 안 있으문 나꺼인디 배깥에다 매 놨드니 누가 끌러가 부렇드란 말이요. 놈의 껏을 그라고 돌라가고 그란다고
큰 부자는 못 되꺼인디!”하시더니 “그래서 우리 아들한테‘맴생이를 끌러가 부렇드란 마다. 혹시 누가 본 사람 있는가 잔 알아봐라!’그랬드니
‘엄니 일하지 마라고 생각고 끌러간 모양이요. 그랑께 인자는 이져부씨요.’ 글드란 말이요. 아들은 한번 이져분 것 생각하문
가슴 아프고 그랑께 생각하지 마라 그란디 나는 날마다 맴생이하고 같이 살다시피 해서 정이 들대로 들었는디 우추고 생각이 안 나꺼이요! 잉?”
“정말 그러시겠네요. 제가 괜히 염소 이야기를 꺼내 마음을 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갠찬하요! 아저씨가 이므론께 이른 이야기도 하제
아무한테나 한다요!”하며 칡넝쿨을 힘껏 잡아당기자 그 속에서 하얀 비닐봉지 하나가‘툭’튀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본 할머니
“아이고! 이 써글 것들이 또 내부렇네! 또 내부렇어!”노발대발 야단이시다. “그게 무엇이 들었기에 그렇게 화를 내세요?”
“여가 멋이 들었냐고? 쓰레기가 들었제 멋이 들었것소? 한번 봐 보씨요!”하셔서 봉지를 끌러보았더니 터져버린 빈 과자 봉지,
찌그러진 맥주 캔 2개, 음료수 페트병 2개가 들어있었다. “이것 잔 보씨요. 존 음석을 잘 묵었으문 쓰레기는 도로 갖고 가든가,
안 그라고 내불라문 좋게 내불어야 쓰껏 아니요. 잉! 그란디 멋 할라고 이라고 풀 속에다 쑤셔 박어 놔! 금메~에! 그래갖고 한 번씩 쓰레기를
끄집어 내문 으찰 때는 거짓말잔 보태문 한발대씩 나온단 말이요.” “정말 그러겠네요. 왜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그렇게
쓰레기는 아무데나 버리는지 자신의 것은 자신이 가져가야 하는 것을 몰라서 그럴까요?” “그래서 우리 아들한테 쩌그 동네가서 방송 잔 하라고 그랬소!
쓰레기를 내불라문 으따가 쑤셔박지 말고 좋게 질가에 놔두라고! 그라문 쓰레기치우는 아자씨들이 들고가기도 하고
또 내가 보문 치우기도 하고 그란다고. 그랬드니‘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른 것은 내분다요? 쩌그 멀리서 온 사람들이 내불고 가것제!
그라고 앞으로 엄니는 질가에 쓰레기가 있어도 치우지 말고 그냥 거그다 놔두씨요!’글드란 말이요.” “그런데 누구나 집 앞에 쓰레기가 있으면
할머니처럼 치우려고 하지 그냥 놔두려고 하는 사람이 있겠어요?”하였더니 갑자기 할머니께서 내손에 들려있는 보온병(保溫甁)을 가르치며
“그것은 멋이요? 혹시 내불 것 아니요?”물으신다. “이것은 이따 목 마르면 마시려고 시원한 물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보온병이에요.
그런데 이걸 버리겠어요? 이건 버리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세요. 할머니!”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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