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장모님의 비밀

큰가방 2017. 1. 8. 11:09

장모님의 비밀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켜자 어느 시골마을 할머니 이야기를 방송하고 있었다. 금년 60살이 넘은 아들이 큰 감나무 아래서 감을 따는데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께서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 자꾸 무어라 나무라신다. “혹시 저기서 아드님과 같이 일하고 싶어 그러세요?”

 

담당 피디가 묻자하고는 싶제만 다리가 아퍼서 못해!” 하더니 따온 감을 잘 닦아 박스에 차곡차곡 담는 것을 보고

할머니 그 감은 어디에 쓰려고 그러세요?”묻자, 아들을 가르치며쩌그 우리 애기 줄라고 그라요!”하자 듣고 있던

 

아들저도 이제 환갑이 넘어 손자들이 있어요! 그러니 이제는 애기라고 좀 하지 마세요!”하더니 하긴 한번 애기는 영원한 애기지!”하더니

그런데 어머니 일 좀 안하고 가만히 계시면 안 될까요?”묻는다. “카만이 앙거 있으문 멋하꺼이냐? 어서 부지런히 이라고 해야

 

느그들이 갖고 가제!” 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지난번 손아랫동서네 집에서 장모님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지난 10월 초순 장모님을 모시고 강원도 철원의 동서(同壻)네 집에 갔는데 도착한 다음날 집사람과 처제는 동서네 비닐하우스에

 

꽈리고추를 따러 나가면서 엄마는 하우스에 가면 힘드니까 그냥 여기서 사위들 일하는 것 보고 쉬고 계셔! 아셨지요?”하며 나가고,

동서는 지난여름 수확하여 창고에 저장해둔 단 호박을 공판장에 출하하기 위하여 잘못되거나 썩은 것은 골라내고, 잘 손질하여 박스에 담는 것을 보고

 

나는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고 박스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였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계시던 장모님께서 류서방!”하고 부르셔서.

왜 그러세요?”대답하자. 집 앞에 이미 수확이 모두 끝나 못생긴 가지 몇 개만 달려있는 밭을 가르치며 여그 가지 밭에 잔 들어가문 안 되까?”하고 물으셨다.

 

왜요?” “혹시 묵을만한 것 있는가 볼라고!” “들어가도 괜찮을 거예요.”대답했는데 그 뒤 약 3~40분이 지나자 밭에서 나온 장모님

아이고! 암만 봐도 묵을 것도 읍데! 근디 으째 이라고 꺼롭고 근지롭고 그란단가?”하셔서 자세히 보았더니 옷 여기저기에

 

찐득찐득한 가루 같은 것이 묻어있고 군데군데 찢어진 가지 잎들이 붙어 있었다. “몸이 가렵고 그러시면 들어가서 씻으세요.

그리고 옷도 갈아입으셔야 되겠네요.”하였더니 금메 그래야 쓰것네!”하고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래서 동서에게 가지 밭에 들어가면 안 되는가?”

 

거기는 들어가려면 비옷을 입고 들어가야지 함부로 들어가면 안돼요.” “비옷을 입고 들어가야 된다고 왜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데?”

가지 잎에서 무언가 떨어지는데 그게 사람 살갗에 닿으면 가렵고 피부병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그래~!”하며 한편으로

 

괜히 장모님 가지 밭에 들어가시라 해서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어쩌지?’슬며시 걱정이 되었는데, 그것도 잠시 샤워를 마친 장모님께서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장모님께서는 황급히 옥상에서 빨래를 걷어 내려와 대충 여기저기 널어 놓으셨는데 하우스에서 돌아온 집사람이 장모님의 옷을 보고

엄마는 옷을 빨려면 날 좋을 때 하든지 그러지 왜 하필 비가 오는데 옷을 빨아 널어놨어?”하는데 장모님께서는 가지 밭에 들어갔다면

 

혼이 날까 봐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빙긋이 웃고 있는 나를 본 동서가. “형님은 무슨 즐거운 일이 있어 싱글벙글이우?”


"억새야! 너 어젯밤 바람과 싸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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