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장인의 영양실조

큰가방 2017. 1. 15. 11:15

장인의 영양실조(營養失調)

 

길을 가고 있는데 잘 아는 후배가 인사를 한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내고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번 누구 이야기를 들으니 암 수술(手術) 받았다고 하던데 어떠세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네!

 

그런데 엊그제 자네 장인어른께서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떠신가?” “다행히 많이 좋아지셨어요.”하며 빙긋이 웃는다.

아니 왜 웃는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그게 아니고 저의 장인어른이 영양실조라면 믿으시겠어요?” “그 건강하신 분이 영양실조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지난번 모임이 있어 저의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친정아버지가 위독하니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라!’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밥 먹던 수저도 던져버리고 급히 근처의 병원으로 갔더니 의사께서현재 굉장히 위독한 상태니

 

지금 빨리 도시의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병원 구급차를 대절하여 급히 광주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갔더니

의사께서 장인어른 눈을 까보고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이미 틀렸으니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랬다면 정말 난감했겠는데!”

 

그러면서혹시 집으로 가는 도중 돌아가실지 모르니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라!’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작년에 장인어른께서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그래서 거기로 모시고가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러다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려고?”

 

어차피 돌아가시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자! 하고 서울까지 모시고 갔는데 역시 눈하고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이미 틀렸으니 모시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래서 의사선생님께저희들이 지금 전라도 보성(寶城)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러니 영양제라도 한번 놔 주십시오!’했더니알았다!’고 하더니 일반 병원에서 보던

링겔(ringer)보다 더 큰 영양제의 주사바늘을 장인어른 팔에 꽂고, 올라가면서 타고 갔던 구급차를 타고 다시 내려오는데

 

이대로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며 서글픈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랬겠지.” “그런데 얼마쯤 지났을까 장인어른께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더라고요.” “?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까지 돌아가신다는 분이 어떻게 정신을 차리셔?” “그래서 급히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저의 처남 집으로 모시고 갔더니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니 그렇게 신기한 일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급히 미음(米飮)을 쒀서 드리니 그걸 드시고 완전히 정신을 차리셨어요.”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던가?”

 

그러니까 처음에 저의 처제(妻弟)가 장인 장모님께 이제는 농사짓지 말고 애기를 봐달라고 했다 그러데요. 그래서 농사(農事)는 모두 내놓고

장모님은 애기를 봐주러 처제 집으로, 장인어른은 처남 집으로 가셨는데 거기서부터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처남내외가 맞벌이 부부라서 아침이면 일찍 나가면서 식탁(食卓)에 반찬을 차려놓고아버님 밥은 밥통에 있으니 담아 드시고

그릇은 싱크대에 담가놓으세요!’하고 나갔던 모양이데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랬는데 영감님이 귀찮으니까

 

통 식사를 하지 않고 몇 달을 거의 굶다시피 하여 영양실조에 걸리셨고 결국 쓰러지셨는데 병원에서 놔준 영양제 때문에 정신을 차리셨나 봐요.”

그러면 지금은 어떠신가?” “그래서 장인장모님 다시 시골로 내려가시라고 했는데 두 분이 함께 계시니 아주 건강하세요.”

그러면 자네 처제 때문에 두 분 생고생하셨군 그래!” “그러니까요. 괜히 잘 계시는 부모님 생각한다고 갈라놓더니 일이 터졌지 뭡니까.”

    

아무도 없는 텅 빈 들녘은 쓸쓸하기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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