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강아지 두 마리

큰가방 2017. 2. 19. 10:31

강아지 두 마리

 

토요일 오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둘째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더니오늘 우리 집에 새 식구를 데려왔어요.”싱글벙글하기에

혹시 지 색시 될 아가씨나 데려왔는가?’은근히 기대하며누구를 데리고 왔는데?” “강아지 두 마리요.”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강아지를 데려왔다고?” “순천에 제가 잘 아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집 개가 새끼를 낳았어요, 그런데 분양할 때가 되어도 누가 안 데려가나 봐요,

그래서 힘들어 하기에 제가 한 마리만 달라고 했더니 두 마리를 가져가라고 맡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데려왔어요.”하며 안고 있는 박스를 내려놓자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고개를 내밀더니 조그만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대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돈은 얼마 드렸냐?”

“3만원을 드렸는데 강아지를 가져가는 것만도 고마운데 무슨 돈을 받느냐!’싫다!’고하셔서우리 부모님께서 개()는 절대로

 

공짜로 가져오면 안 된다!’고 하셨다며 만원을 드렸더니 받으시더라고요.” “잘했다. 그런데 그 할머니 강아지를 보내고 나서 상당히 서운하였겠는데

위로를 잘해드리지 그랬냐?” “그래서 강아지는 우리가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그랬으면 잘했다.”하고

 

강아지를 마당에 풀어놓자 처음에는 낯선 듯 한쪽 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신없이 나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집 사람이 강아지들이 예쁘게도 생겼네! 그래 잘 왔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우리 가족(家族)이 되는 거야! 알았지?”하더니

 

물을 데워 목욕을 시키고 수건으로 닦고 드라이로 말리며 매우 즐거운 모습이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니까 십여 년 전쯤 내가 집배원으로 근무할 때 전남 보성 회천면 영천리, 녹차(綠茶) 밭이 있는 집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들어가면

 

강아지 여러 마리가 우르르 몰려 나왔는데 그중에서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유난히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어 대며 내가 가는 곳마다

쫄랑쫄랑 따라와서 내가 그렇게 좋냐?”하며 주인에게 이 강아지 저에게 파시면 안 되겠습니까?”했더니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가져가세요!”하여

 

우리 집에 데려와 식구(食口)가 되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도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우리들이 밖에 나가 한밤중에 들어가든,

새벽에 들어가든, 일주일 만에 들어가든, 보름 만에 들어가든, 주인만 보면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어대며 반가워하며 함께 살았는데,

 

내가 신장암(腎臟癌) 판정을 받고 수술날짜를 잡았을 때부터 요즘 이상하게 밥을 잘 먹지 않는다!”며 집사람이 걱정하기에

흰둥이가 우리 집에 온지 벌써 십육칠 년이 넘어 사람 같으면 백수(白壽)를 지나 백 살 잔치한다고 할 텐데 얼마나 음식 맛이 좋아 많이 먹겠어?”하고

 

말았는데 내가 수술을 받으러 가는 날도 많이 야위어져 있어 흰둥아! 오늘 내가 병원에 신장암 수술 받으러 가면 한 열흘쯤 있다 올 거야!

그러니 그동안 집 잘보고 내가 집에 올 때까지 꼭 살아있어야 한다! 알았지?”하였더니 그저 검은 눈만 끔벅끔벅하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이틀이 지나자 집사람이 흰둥이가 걱정된다!”며 집을 다녀오더니 흰둥이가 당신 수술하던 날 죽은 것 같다!”

눈물을 흘리기에 하필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하늘나라에 가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다른 강아지 두 마리가 한 가족이 된 것이다. 이제 새 가족이 된 강아지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늘 우리와 함께 하였으면 정말 좋겠다.


어디로 가는 기러기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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