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친구와 하지정맥류

큰가방 2017. 3. 5. 10:05

친구와 하지정맥류

 

그젯밤 강렬한 추위가 찾아오면서 함께 데려온 강한 바람과 눈보라가 밤새 창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더니, 여기저기 퍼부은 많은 눈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오늘은 모두 물러갔는지 잔잔한 햇살이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목욕탕(沐浴湯)에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있었는가?” “나야 잘 있지 그런데 자네 건강은 어떤가? 그리고 다리에 수술은 잘 받았는가?”

하지정맥류 수술 말인가?” “나도 그게 있어 무척 궁금했거든.”하며 왼쪽 종아리를 가르친다.

 

오늘이 수술 받은 지 3주째 되는 날인데 수술했다고 걸어다는 것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데 다른 곳에 아주 큰 문제가 있더라고.”

무슨 문제가 있는데?”그러니까 나의 어린 시절, 몇 살 때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여름이면 동네의

 

또래 친구들과 읍내(邑內)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물이 흐르는 동윤천까지 걸아가 멱도 감고 물장구도 치곤하였는데,

어느 해 여름 문득 바라본 오른쪽 종아리에 검고 굵은 핏줄 같은 것이 마치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징그럽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프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고,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굉장히 어려운 시절이어서

건강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었던 1960년대 말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하지정맥류인지도 모르고 생활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군대 갈 나이가 되어 징병검사장에서 팬티만 입고 신체검사(身體檢査)를 받았는데 한사람씩 군의관 앞에 서면

장병(將兵)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몸에 이상이 있거나 아픈 데가 있으면 말 하라!” “아무 이상 없습니다!”

 

대답하자. 오른쪽 다리를 가르치며 거기는 왜 그러냐?”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 그게 있었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리가 아프거나 저린 다거나 하지는 않고?” “아프거나 저린 적도 없고 아주 좋습니다!”큰소리로 대답하자 그래~! 알았다.”하고

신체검사는 끝이 났고 그 뒤로 아무 일 없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언제부터였는지 잠을 자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길을 걸으면 발등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내가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그런가?”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발등이 점점 더 심하게 아파서 의원(醫院)에 갔더니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그럴 수 있으니 수술을 받으라!”권유를 받아

광주의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하루 전 입원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수술이 시작되었는데 내가 누워있었기 때문에 볼 수는 없었으나

 

다리가 따끔따끔하더니 약간 아픈 듯 통증을 느꼈다가 괜찮아졌다가 그러다 잠이 든 것 같았는데 환자분 수술 끝났습니다.”하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퇴원을 하려고 하였는데, “집에 가시면 샤워는 괜찮으나 통목욕은 4주후에 하셔야 합니다.

 

수술 후 약 10프로 정도 재발(再發)할 확률이 있으니 반드시 압박스타킹은 꼭 착용하세요.”주의 사항을 듣고 병원비를 계산하는데

22십만 원 정도가 나와 깜짝 놀라 왜 이렇게 비싸냐?”문의하였더니 하지정맥류 수술은 질병(疾病)이 아니고

 

미용(美容) 목적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비싸다!’는 설명이었다.

자네 혹시 하지 정맥류 때문에 다리가 아프다거나 쥐가 내린다거나 불편한 것 있던가?” “아직 그런 건 없어!”

 

그러면 지금은 수술비가 너무 비싸니 조금 더 기다렸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그때 수술하면 어떨까?” 


"할머니 거기서 뭐하세요?"  "날이 따순께 쑥이 마니도 지렇네! 그래서 쑥 잔 캐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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