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하지정맥류
그젯밤 강렬한 추위가 찾아오면서 함께 데려온 강한 바람과 눈보라가 밤새 창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더니, 여기저기 퍼부은 많은 눈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오늘은 모두 물러갔는지 잔잔한 햇살이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목욕탕(沐浴湯)에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있었는가?” “나야 잘 있지 그런데 자네 건강은 어떤가? 그리고 다리에 수술은 잘 받았는가?”
“하지정맥류 수술 말인가?” “나도 그게 있어 무척 궁금했거든.”하며 왼쪽 종아리를 가르친다.
“오늘이 수술 받은 지 3주째 되는 날인데 수술했다고 걸어다는 것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데 다른 곳에 아주 큰 문제가 있더라고.”
“무슨 문제가 있는데?”그러니까 나의 어린 시절, 몇 살 때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여름이면 동네의
또래 친구들과 읍내(邑內)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물이 흐르는 동윤천까지 걸아가 멱도 감고 물장구도 치곤하였는데,
어느 해 여름 문득 바라본 오른쪽 종아리에 검고 굵은 핏줄 같은 것이 마치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징그럽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프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고,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굉장히 어려운 시절이어서
건강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었던 1960년대 말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하지정맥류인지도 모르고 생활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군대 갈 나이가 되어 징병검사장에서 팬티만 입고 신체검사(身體檢査)를 받았는데 한사람씩 군의관 앞에 서면
장병(將兵)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몸에 이상이 있거나 아픈 데가 있으면 말 하라!” “아무 이상 없습니다!”
대답하자. 오른쪽 다리를 가르치며 “거기는 왜 그러냐?”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 그게 있었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면 다리가 아프거나 저린 다거나 하지는 않고?” “아프거나 저린 적도 없고 아주 좋습니다!”큰소리로 대답하자 “그래~에! 알았다.”하고
신체검사는 끝이 났고 그 뒤로 아무 일 없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언제부터였는지 잠을 자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길을 걸으면 발등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내가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 그런가?”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발등이 점점 더 심하게 아파서 의원(醫院)에 갔더니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그럴 수 있으니 수술을 받으라!”권유를 받아
광주의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하루 전 입원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수술이 시작되었는데 내가 누워있었기 때문에 볼 수는 없었으나
다리가 따끔따끔하더니 약간 아픈 듯 통증을 느꼈다가 괜찮아졌다가 그러다 잠이 든 것 같았는데 “환자분 수술 끝났습니다.”하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퇴원을 하려고 하였는데, “집에 가시면 샤워는 괜찮으나 통목욕은 4주후에 하셔야 합니다.
수술 후 약 10프로 정도 재발(再發)할 확률이 있으니 반드시 압박스타킹은 꼭 착용하세요.”주의 사항을 듣고 병원비를 계산하는데
약 2백 2십만 원 정도가 나와 깜짝 놀라 “왜 이렇게 비싸냐?”문의하였더니 ‘하지정맥류 수술은 질병(疾病)이 아니고
미용(美容) 목적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비싸다!’는 설명이었다.
“자네 혹시 하지 정맥류 때문에 다리가 아프다거나 쥐가 내린다거나 불편한 것 있던가?” “아직 그런 건 없어!”
“그러면 지금은 수술비가 너무 비싸니 조금 더 기다렸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그때 수술하면 어떨까?”
"할머니 거기서 뭐하세요?" "날이 따순께 쑥이 마니도 지렇네! 그래서 쑥 잔 캐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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