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친구와 장수말벌

큰가방 2017. 3. 27. 09:31

친구와 장수말벌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TV에서 주택가 한쪽 귀퉁이에 지어놓은 축구공처럼 커다란 장수말벌 집을 떼어내

불에 태우는 소방관(消防官)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저 벌집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했는데 그나저나 소방관들 고생이 정말 많아!”

 

친구의 말에 옆 친구가 그런데 저것 떼어냈으면 태우지 말고 나 주었으면 좋겠는데!” “벌집 떼어 자네 주면 무엇 하려고?”

술 담그면 좋지!” “저걸 술에 담가 먹으면 어디에 좋은데?” “신경통이나 고혈압, 허리 아픈데, 하여튼 우리 몸에 여러 가지로 좋다고 하던데.”하자

 

한 친구가작년 봄 우리 집 뒤쪽에 이불 말리려고 기다란 줄을 하나 쳤거든, 그리고 이불을 한번인가 두 번인가 말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보니 한쪽 끝에 장수말벌들이 집을 짓고 있는 거야!” “그랬어? 그러면 세력이 커지기 전에

 

파리약을 뿌린 다음 떼어내 불에 태우면 되는데.”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남들은 일부러 벌집을 사다 술을 담그기도 한다는데

나는 우리 집까지 들어온 벌을 괜히 떼어내 태우기가 아깝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그냥 벌집이 더 커지기를 기다리면서 핀셋을 하나 구입해 벌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벌이 한 마리만 있으면 슬쩍 잡아다 술병에 넣곤 했거든,

그렇게 모인 게 약 30마리정도 되는데 어느 날 벌 한 마리를 잡아 막 술병에 넣었는데 어디서 날아 왔는지 다른 벌이 내 오른쪽 어깨를 쏘아버리는 거야!”

 

벌이 쏘았다고? 그럼 정말 아팠겠는데?” “아이고! 얼마나 아픈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도 한참을 고생했는데 며칠 동안을 아프더라니까.”

그럼 벌집은 어떻게 했는가? 그냥 놔두면 상당히 위험할 텐데.” “그래서 벌집이 들어갈 만큼 주둥이가 큰 항아리를 준비해서

 

술을 가득 채우고 비옷(雨衣) 같은 걸로 완전히 중무장 한 다음 야간(夜間)에 벌집을 떼어내 그대로 항아리에 담가버렸어!”

그러면 벌집은 쉽게 떼어지던가?” “빨래 줄에 매달려 있으니 그냥 떼어지더라고 그리고 벌집도 축구공 정도 되는 거라서 떼어낸 즉시

 

항아리에 넣어버렸어.” “그러면 벌들은 그냥 죽던가?” “사람도 술에 취하면 그냥 쓰러지는데 벌들이 무슨 힘이 있겠어?

술에 담가졌으니 죽어야지, 하여튼 술에 담아 놓은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마시면 괜찮을까?” “아직은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술은 최소 6개월 정도 숙성 기간을 거친 다음 마셔야 한다던데.”하자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작년 여름은 유난히 무덥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리 집에 정원수가 몇 그루 있는데 날이 무더워서 그런지 굉장히 잘 자라더라고, 그래서 정전가위로 나무를 자르고 있는데,

 

갑자기 손등과 얼굴이 따끔하더라고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말벌 보다 약간 작은 노란 벌들이 동백나무 잎 사이에 집을 짓고 살다,

내가 나무를 자르면서 자꾸 건드리니까 우르르 달려들어 나를 쏘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작은 벌들이라도 여러 방 쏘이니 얼마나 아픈지,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 주사를 맞았는데 의사께서혹시 목이 붓거나 호흡하기 곤란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큰 병원으로 가셔야 됩니다.’하더라고,

그런데 다행스럽게 목이 붓거나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여름철 나무를 자르거나 할 때는 미리 긴 장대 같은 걸로 주위를 두드려보고

 

벌들이 없으면 나무를 잘라야 하겠더라고.” “요즘은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갈수록 벌들이 기승을 부릴 때가 많더라고 그러니 우리가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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