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큰가방 2017. 3. 19. 09:12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며칠 동안 겨울을 잊은 듯 따스하기만 하던 날씨가 어젯밤 늦게부터 불어오던 찬바람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코끝이 시릴 정도의

싸늘하게 퍼져오는 냉기(冷氣)가 계절은 어느새 겨울 깊숙이 들어섰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도 운동(運動)삼아 보성읍 우산리에 있는

 

구마산을 돌아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있어 무심히 가까이 다가섰는데

친구의 큰누나였다. “누님!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자 고개를 돌리더니 우메! 우리 동상이 오늘은 먼 일이다냐?

 

여그서 얼굴을 다 보고! 그란디 으디 갔다 와?” “운동 삼아 저쪽 구마산을 다녀오느라고요.” “그래~! 인자 직장에서는 정년 퇴직했제~?”

작년에 했어요. 제가 영래하고 동갑이인데 생일이 빠르다보니 6개월 먼저 했어요.” “그래~! 얼굴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디

 

으째 머리는 더 흐개져 부렇네!” “저도 이제 60이 넘었는데 저라고 머리가 하애지지 않겠어요?” “그랑께 말이여! 세월 같이 빠른 것이 읍서!

옛날에는 모다들 이삐고 그랬는디!” “그런데 누님 몸은 건강하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시고요?” “으디가 특별히 아픈디는 읍응께 괜찬한 편이여!

 

그란디 먼자 은제 한번은 여그 물팍이 아퍼서 그라고 고생을 했단께!” “무릎이 아파 고생하셨다고요?” “내가 쩌그 신흥동서 살다

우리 집으로 도로가 난다고 해서 그것을 폴아불고 이 집으로 이사를 왔는디 이사와 갖고 짐 쪼깐 정리하고 멋하고 난께

 

여그 물팍 밑에 여가 그라고 아프네! 을마나 아펏으문 안방에서 주방을 못 댕길 정도였어!”하며 바지를 올려 무릎을 보여주신다.

그러면 무슨 약()을 드시고 나으셨어요?” “먼 약을 묵고 나슨 것이 아니고 으째 죽것기래 집에 뿌리는 파스 안 있어?

 

그것을 잔 찌클고 뜨건 수건으로 시포를 항께 째깐씩 째깐씩 조아지데!” “정말 그랬어요?” “금메 그라드랑께!

그란디 운동을 댕길라문 동상(同生)댁하고 같이 댕기제 으째 혼자만 댕겨?” “저의 집 사람도 무릎이 아파 어디를 못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다니고 있어요.” “으서 다쳤으까?” “몇 개월 전 광주에 사는 사촌동생 딸 결혼식을 갔는데 예식장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리다가

갑자기 무릎에서!’소리가 나더니 그 뒤로 아파서 걸음을 못 걷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사진촬영을 해 보더니

 

무릎에 있는 뼈에 조그만 조각이 떨어져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깁스를 하고 상당히 오래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오래 걷거나 하면 힘들고 아파서 못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래도 나보다 더 절멋응께 건강해 갖고

 

여그저그 댕기문 조꺼인디 그라네~!” “그러니까요. 금년 여름에 친구들하고 신안 홍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친구 부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집사람처럼 무릎을 다쳐 고생했는데 우슬(牛膝) 뿌리가 무릎에 좋다고 해서 그걸 다려 먹었더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한번 해 보려고요.” “우슬 뿌랭이? 인자 본께 그것이 참 조아! 우슬 뿌랭이하고, 엄나무, 환각구 뿌랭이, 꾸지뽕 뿌랭이를

곳집이 갖고가서 고() 내지 말고 그냥 솥단지에 안쳐갖고 정성드려 시글시글 대래갖고 곳집이 갖고가서 비니루봉투에 담어주라 그래!

 

그래갖고 집이서도 묵고, 으디 댕김서도 묵고 그라문 참말로 조꺼시여! 병이란 것은 아픈 사람이 고칠라고 맘을 묵고 해야제 고쳐지제

안 아픈 사람이 우추고 노무 속을 알아서 고쳐주껏이여! 안 그래?”


'행복'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 한편이 가슴에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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