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이발관에서

큰가방 2017. 4. 16. 09:49

이발관에서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지난 지 며칠이 지났으나 아직도 겨울은 우리 곁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지 연일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고 있으나,

양지쪽에 자리 잡은 조그만 새싹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활짝 웃는 얼굴로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발(理髮)을 하려고 이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며. “형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설 명절도 잘 지내셨고요?”하자! 덕분에 잘 지냈네!

동생 집안도 다 무고 하시제?”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이발하는 의자에 앉았더니 내 머리를 자르면서 묻는다. “자네도 머리에 염색(染色)한가?”

 

! 집사람이 애기들이 약()을 사 왔다고 하면서 해 주던데요.” “그런가? 나는 자네가 아직까지는 안 하는 줄 알았네!”

저도 머리에 염색할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우메! 으째 자네 머리가 그라고 흐개져 부렇는가?’하면

 

굉장히 듣기가 거북하더라고요.” “그라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편을 생각하고 하는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갑자기 늙은이가 된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나쁘거든, 그러나 머리에 염색을 하면 어찌되었든 한 십년은 젊어 보이니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요?” “자네는 염색을 하고나면 피부가 가렵다거나 두드러기가 난다거나 그런 일은 없제?” “그런 일은 없어요.” “그러면 다행일세!

대부분은 괜찮은데, 피부가 약한 사람은 알레르기 때문에 못하거든 그러면 우리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우리가 살면서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한다!’생각하면 얼마나 서글프고 비참한 생각이 들겠어요?”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피부가 약한 사람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염색할 수 있는 약이 나올 때가 있을 거야.” “그러면 여기서는 손님들 염색해주면 얼마나 받나요?”

 

염색해주면 2만원씩 받는데 그건 왜 묻는가?” “아니요! 저의 집 사람이 미장원에 가서 염색을 했는데 2만원씩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라든가? 그란디 나는 다 못 받아!” “아니 왜요?” “말이 쉬워 2만원이지 그게 어디 적은 돈인가? 그래서 만 5천 원씩 받고 있어!”

 

이발은 협정(協定) 요금을 받도록 되어있지 않나요?” “원래 그래야 하는데 돈 내는 사람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 줘야지,

남이 받자고 하는 대로 다 받는 것!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자네도 아다 시피

 

대부분 사람들은 다 자신의 단골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거든, 그런데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촌()에서 오는 영감들이여,

그런데 이발요금이 올랐다고 당장 올려 받기가 정말 그렇더라고, 그리고 단골손님들에게는 단돈 천원이라도 싸게 해 주거든.”

 

그러면 혹시 손해 보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자네도 생각해보소! 한 사람 이발하는데 원가(原價)가 얼마나 들겠는가?

이발하는데 들어가는 자재(資材)는 거의 없고, 들어간다면 그것은 사람이 움직이는 인건비인데, 다른 물가가 오른다고 이발료도 계속 올리면,

 

받는 사람은 단돈 천원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돈을 내는 사람은 그것이 굉장히 큰돈이거든, 그래서 이발료가 올랐으니 천원 더 달라!’소리를

얼른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이발료 오른 지 한 참되었어도 옛날 요금을 받고 있어!” “그러면 다른 이발소에서 요금 때문에 항의를 하면 어떻게 하나요?”

 

그라문 우추고 하꺼인가? 그것 갖고 싸우꺼인가?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야제! 안 그란가?” 


요즘 전남 보성읍 구마산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42518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장난 보일러  (0) 2017.04.30
미역국의 추억  (0) 2017.04.23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0) 2017.04.09
아직도 하지 못한 말  (0) 2017.04.02
친구와 장수말벌  (0) 2017.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