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고장난 보일러

큰가방 2017. 4. 30. 12:04

고장 난 보일러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지난 가을 하얀 머리를 예쁘게 빗어 넘기고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억새가,

언제부터였는지 머리는 온통 쥐어뜯긴 채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지나가는 가는 사람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운동(運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려고 보일러의 급탕을 틀어놓고 잠시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린 후, 온수(溫水)를 틀었는데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고 계속 찬물만 나오고 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왜 찬물만 계속 나오고 있지?’하고 온도 조절기를 보았더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온도가 표시되어야 할 창()에 온도는 표시되지 않고 알 수 없는 숫자만 계속 깜박거리면서 보일러는 돌아가지도 않고 꺼져버렸다.

왜 또 보일러가 말썽이지? 요즘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 다행이지 만약 강한 바람이나 불어오면서 엄청 추웠다면 어쩔 뻔 했어?”

 

혼자 중얼거리며 잘 아는 선배가 운영하는 보일러 대리점으로 향했다. “형님 어디 가셨어요?” “출장 나갔어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저의 집 보일러가 켜도 돌아가지 않고 온도조절기만 계속 깜박거리거든요.” “그게 고장 나면 그럴 수가 있으니 새것으로 바꿔보세요.”하여

 

새 온도조절기를 교환하였으나 여전히 보일러는 돌아가지 않고 표시 창의 숫자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대리점으로 향하였는데

마침 선배께서 자네 어쩐 일인가?”하여 보일러가 고장인데 형수님 말씀은 온도조절기가 고장인 것 같다고 하셔서

 

그걸 새 걸로 바꿨어도 돌아가지 않고 숫자만 깜박거리거든요.” “그럼 숫자가 어떻게 표시되던가?” “01로 표시되던데요.”

“01 이라고? 그러면 다른데 고장이 나서 그런 거야!” “다른데서 고장이 났다고요?” “혹시 자네 집에 보일러사용설명서 없는가?”

 

보일러구입한지가 언젠데 그게 지금까지 있겠어요?” “앞으로는 무슨 기계나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사용설명서를 버리지 말고 꼭 보관하게!

그리고 고장이 나면 그걸 잘 읽어보면 웬만한 고장은 서비스센터에 연락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다 고칠 수 있거든,

 

자네 집 보일러도 사용설명서가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고장일거야.” “그런데 문제는 사용설명서에

저는 잘 알 수 없는 전문적인 용어가 있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튼 집에 가서 보일러의 뚜껑을 열고 잘 보면 노란 선이 보일거야. 그러면 그 선을 천천히 이쪽저쪽으로 돌리면서 잡아당기면 빠지게 되어 있거든

그럼 그걸 빼서 끝부분을 알코올이나 물로 깨끗이 닦아서 다시 끼우면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갈 거야! 그걸 해보고 만약에

 

그래도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연락하게!” “고맙습니다. 형님이니까 이렇게 자세히 가르쳐주지 다른 사람 같으면 보일러가 오래되었으니

바꾸라고 할 거예요.” “뭐라고? 보일러를 바꾸라고 한다고?” “저희들이 뭐를 알겠어요? 보일러가 고장 났으니 와서 수리해달라고 하면

 

빨리도 오지 않아요. 천천히 와서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무엇이 고장 나서 고쳤으니 얼마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달라는 대로 주어야지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보일러 교환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오래 되서 그런다고 무조건 뜯어 바꾸고는 돈을 달라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 정말 너무했구만!” “보일러가 정말 오래 되었다면 바꾼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하겠어요?

너무 비양심적이니 그렇지요. 아무튼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귀뚜라미 보일러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온도조절기가 01 또는 02로 표시되면서 돌아가지 않으면 보일러 앞 문을 열고 사진과 같은 노란 선을 찾아 머리 부분을 잘 닦은 다음 다시 끼우면 잘 돌아 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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