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25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농사짓기는 정말 힘들어!" 6월이 시작되면서 들꽃은 지천으로 피어나고 산골짜기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산새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는지 어느새 저만치에서 누가 부르지도 않은 7월이 문을 활짝 열고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어서와!”하며 반겨주었다. “7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굉장히 무더워졌는데 어떻게 잘들 지내셨는가? 집안은 다 무고하시고?”인사를 건네는 순간 친구 한사람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늦어서 미안허시 내가 바쁜 일이 좀 있어 조금 늦었네!” “바쁜 일이라면 무슨 일 인데?” “자네들도 아시다시피 금년에 날씨가 너무 가물다보니 논에 물..

꼼지락 거리기 2022.09.03

친구와 탈모

친구와 탈모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고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코로나19시대 잘들 살았는가?” “잘 살았으니 이렇게 나타났지 못 살았으면 여기 나타났겠는가?” “자네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 그런데 한사람이 안 보이는데! 이 사람 왜 이렇게 늦을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식당 문이 열리더니 “먼저들 오셨는가? 내가 이발좀 하고 오느라 조금 늦은 것 같네!”하며 친구가 들어오는데 평소에는 쓰지 않던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것 같았다. “자네 갑자기 무슨 모자를 쓰고 다니는가? 그리고 머리도 굉장히 짧은 것 같은데.” “그게 요즘 곤란한 일이 생겨서 그러네.” “무슨 곤란한 일이 있어 그러는데?” “요즘 ..

꼼지락 거리기 2022.08.20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천천히 내려오는데‘띠~로링! 띠~로~링!’휴대폰 벨이 울리자 “예~에! 접니다.”하고 선배 한분께서 전화를 받더니“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런데 산행할 날짜가 며칠이냐고요? 5월 10일 날인데 그날 참석하실 수 있겠어요? 안 되겠다고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몸이 갑자기 안 좋아 참석을 못 하시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산행 날짜는 정해져 있어 제가 마음대로 늦출 수도 없는데 그럼 아쉽지만 참석을 못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항상 몸 관리 잘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왔는데 그러세요?” “내가 젊었을 때부터 시작한 등산모임이 있는데 그래도 작년까지는 한 달에 몇 사람이라도 모여 가까운 데크 길이라..

꼼지락 거리기 2022.07.24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어서와!”하며 반겨주었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와 식사를 하는데 “따르릉! 따르릉!”휴대폰 벨이 울리면서 “여보세요!”하며 친구가 가만히 일어서더니 자리를 피하여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소리도 없이 받고 왔는가?” “우리 처남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네.” “처남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올해 예순 세 살이야!” “그러면 평소에 무슨 지병(持病)이라도 있었을까?” “그게 아니고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는데 그 후로‘온몸이 아프다!’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니 어느 순간 치매로 돌아서더라고, 그리고 후유증으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결국은 하늘나라도..

꼼지락 거리기 2022.06.04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따~르~릉! 따~르~릉!’선배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접니다. 지금 산에서 내려가고 있는데요. 내일 모임 말씀이세요? 그런데 곤란하겠다고요? 왜요? 형수님 때문에 힘들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요즘 오미크론 때문에도 모이지 말라고 그러니 다음 달로 미루면 어떻겠어요?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 다음 달로 미루겠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물었더니 “우리 선배님에게 온 전화인데 이번 달 모임을 다음 달로 미루자고 그러네.”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럴까요?” “그 형님 부인이 진작부터 몸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계셨는데..

꼼지락 거리기 2022.04.30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아침에 조금 쌀쌀함을 느낄 때는 가을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만 불어댈 뿐 여기저기 빨갛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몸을 부르르 떨며, 들녘에 서서 오가는 바람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억새에게‘가만히 좀 있으라.’며 자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를 피우나? 왜 식당에서 냄새가 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창밖 조금 외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건 끊는 것이 좋은데 무엇이 좋아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0.12.19

친구와 뇌졸증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

꼼지락 거리기 2020.09.05

어버이날에

어버이날에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時間)에 맞춰 식당(食堂)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그 동안 잘들 지내셨는가? 사업은 잘 되고 있고?” 서로의 인부를 물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데 “이제 낼 모레면 어버이날인데 자네는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옆의 친구가 묻는다. “글쎄! 무슨 특별한 계획은 없고 그날 낮에 모임이 있어 저녁에 장모님 모시고 식사하기로 했네!” “그럼 자네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었는가?” “아버지는 내가 열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십 오륙년쯤 된 것 같은데 그건 왜 묻는가?” “아니 어버이날이 돌아오니 왜 그런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그러네.” “왜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

꼼지락 거리기 2020.06.20

원수 같은 코로나19

원수 같은 코로나19 햇님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이른 새벽부터 “오~로~록 오께옥!”울려 퍼지는 휘파람새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부스스 잠을 깬 봄의 요정들이 여기저기 꽃향기를 배달하느라 분주한데, 양지쪽에 홀로 외롭게 피어난 노란 민들레 아가씨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부지런히 하얀 홀씨를 바람에 실어 멀리 날려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모두들 오랜만일세! 지난달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임도 갖지 못했는데 잘들 계셨는가?” “잘 있었으니 여기 모였지 안 그런가?” “자네 말이 정답일세!”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광주(光州)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꼼지락 거리기 202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