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29

5일 시장에서

5일 시장에서 오늘은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어서 집사람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뻥튀기 가게에서 누룽지와 떡국 떡 말린 것 그리고 쌀을 섞은 뻥튀기재료를 주인에게 건네며 “이것 맛있게 잘 좀 튀겨주세요.”부탁하자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재료를 깨끗하게 해오셨네요. 여기 놔두고 다녀오실 곳이 있으면 다녀오세요. 제가 잘해 놓을게요.” 해서 집사람에게 ‘장을 보고오라!’하고“저는 시간이 있는데 순서가 될 때까지 여기 앉아 기다려도 괜찮지요?” 하고 의자에 앉아 뻥튀기가 튀겨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할머니 한분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주인에게 내밀며 “요거이 강냉이 몰린 것인디 물 끼래 묵을랑께 꼬숩게 잘 튀여줘! 알았제?” “보리차용으로 튀겨달란 말씀이지요?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순서가 되..

꼼지락 거리기 2022.08.27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어서와!”하며 반겨주었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와 식사를 하는데 “따르릉! 따르릉!”휴대폰 벨이 울리면서 “여보세요!”하며 친구가 가만히 일어서더니 자리를 피하여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소리도 없이 받고 왔는가?” “우리 처남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네.” “처남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올해 예순 세 살이야!” “그러면 평소에 무슨 지병(持病)이라도 있었을까?” “그게 아니고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는데 그 후로‘온몸이 아프다!’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니 어느 순간 치매로 돌아서더라고, 그리고 후유증으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결국은 하늘나라도..

꼼지락 거리기 2022.06.04

반려견 이야기

반려 견 이야기 며칠 전부터 산 너머 언덕 빼기에서 틈틈이 겨울을 쫓아낼 기회를 엿보던 따뜻한 봄이 어젯밤 찾아온 강한 추위에 몸을 웅크리더니 양지쪽 밭고랑 사이로 숨어버렸는지 차가운 바람만 계속 불어대고 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밝은 햇살은 마치 봄이 찾아온 것처럼 따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친 후 일행들과 함께 산을 내려와 주봉리 구교마을 쪽으로 걷고 있는데 길 왼쪽 멀찍이 자리 잡은 외딴집에서‘월! 월! 월!’큰개들의 우렁차게 짓는 소리가 들리자 뒤따라‘앵! 앵! 앵!’작은 개들이 계속해서 시끄럽게 짖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후배가 “아니 요즘에도 저렇게 개를 여러 마리 기르는 집이 있을까요? 저걸 길러봐야 별 소득도 없을 텐데요.”하자 선배께서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2.04.16

예기치 못한 사고

예기치 못한 사고 어제 밤을 지배했던 어둠을 야금야금 먹어치운 동녘의 밝고 고운 햇살은 이제 서야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달님을 붙잡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숲속 길 한쪽 웅덩이에 모여 있는 낙엽들은 아까부터 계속‘바스락!’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너희들 이제 어디로 갈 거냐?’묻자 벌떡 일어나더니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마을 형수님께서 “엊그제 제암산에서 내려오다 길이 미끄러서 혼났단 말이요!”하고 입을 열었다. “길이 어떻게 미끄럽던가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낙엽들이 두껍게 쌓여있으니까 이것이 길인지 구덩이인지 잘 모르겠고, 또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는 곳에 낙엽이 쌓여있으니 거기를 지나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넘어지게 생겼더라..

꼼지락 거리기 2022.03.26

'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선배 한분과 함께 회관 앞을 지나가는데 “아제! 으디 갔다 와? 안 바쁘믄 이루와서 커피 한잔 자시고 가!”하고 마을 아짐께서 부르셨다. “저는 아가씨들 많은 곳에는 부끄러워 못 가는데 어쩌지요?” “머시 으짠다고? 아가씨 만한디는 여루와서 못 온다고? 별노무 소리를 다하네! 잔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하셔서 못 이기는 척 선배와 함께 신발을 벗고 회관으로 들어서자 “이루 와서 앙그씨요! 그란디 모처럼 아제들 오샜는디 지금은 자실 것이 커피하고 음료수뿐이 읍응께 그리 알고 맛이 읍드라도 기양 자셔 잉!”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잔 내 놓는 순간 “수박 있습니다. 참외도 있어요. 맛있는 바나나도 있고 체리와 블루베리 등 각종 맛있는 과일을 실은 차(車)가 ..

꼼지락 거리기 2021.09.11

할머니의 푸념

할머니의 푸념 오늘은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는 신장(腎臟) CT촬영이 있는 날이어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피와 소변 검사를 받기위해 채혈(採血)실로 향하였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고 내가 번호표를 뽑아 안내하는 분에게 보이면서 “선생님 저는 접수가 되었습니까?”물었더니 “예! 접수되었으니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왜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겁니까? 평소에는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밖에 나가 계시라는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되면 저희들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할 텐데 귀..

꼼지락 거리기 2021.05.22

놓아주는 연습?

놓아주는 연습?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천천히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는데“이루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아!”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금까지 굳게 문이 닫혀있던 마을 노인정이 어느새 할머니들이 모여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머시 으찬다고? 여자들이 만하문 여루와서 말을 못한다고? 별 소리를 다 해쌓네! 그른 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서 커피나 한 잔하랑께!” “그러면 많이 부끄럽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겠습니다.”하고 노인정에 들어가 막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거기는 아가씨들만 들어가는 곳인데 웬 외간남자가 그라고 있는고? 얼렁 안 나오꺼시여?”하는 소리에 밖..

꼼지락 거리기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