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연을 날리는 아이들

큰가방 2005. 2. 12. 17:48
 

연을 날리는 아이들

2001.01.30


설을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시골에는 아이들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 모습이 가끔씩 눈에 뜨입니다. 오늘도 시골 한적한 곳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너희들 집이 어디냐?" "우리 집은 서울인데요. 할아버지 집에 왔어요! 그런데 아저씨 왜 이 연이 잘 날지 않는가요?" "응 그건 연 목줄을 잘 못 달았기 때문이란다."


"목줄이 뭔데요?" "응 여기 이것 연에 달린 줄이 목줄이라고 하는 건데 이걸 잘못 달아서 그런단다." "그러면 아저씨가 다시 좀 달아 주실래요?" 그래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옛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어린애들의 연의 목줄을 다시 달았습니다. "이젠 됐다! 한번 날려 보아라!" 그런데 이번에는 연이 하늘을 한바퀴를 빙 돌더니


논두렁에 그대로 쳐 박히고 맙니다. "연의 머리 부분이 무겁고 꼬리 부분이 가벼워서 그러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연의 꼬리를 달아주려는데 마땅한 것이 없습니다. “에라 모르겠다!”하고서는 논두렁에 있는 짚을 연의 꼬리에 매 달았더니 옆에 있던 꼬마가 "아저씨! 왜 보기 싫게 연에 짚프라기를 다는 거에요-오?" 하면서 항의를 하는 겁니다.


“연이 꼬리가 가벼우니까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자꾸 논두렁에 쳐 박히는 거란다!” 하면서 짚을 꼬리에 달아 "이젠 날려보아라!" 하였더니 꼬마는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하면서 연을 날리는 겁니다. 그러더니 "아저씨 이젠 연이 잘 날아요!" 하는 겁니다. "그것 참 신기하다! 연의 꼬리에 짚을 달아놓으니까 연이 하늘 높이 잘 난다!"


하며 옆의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면서요. 언젠가는 저 아이들도 자라나 저와 같이 지나가는 길에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목줄을 달아주고 꼬리에 짚을 달아 “그것 참 신기하다 꼬리에 짚을 달아놓으니까 연이 하늘 높이 잘 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혹시 그때 저를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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