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나무 보일러와 기름 보일러

큰가방 2017. 5. 7. 11:57

나무보일러와 기름보일러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정상을 향하여 천천히 오르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바스락 바스락발밑에서 들려오는 낙엽 밟는 소리가 포근한 느낌을 주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바싹 말라버린 나무 잎새 하나가 가볍게 솟아오르더니 소나무 가지 위로 살며시 내려앉아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정해진 식당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는데 시간이 다 되도록 한사람만 오지 않고 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늦을 사람이 아닌데!”하고 휴대전화를 걸었더니 잠시 신호가 가고 여보세요?”하며 친구가 받는다.

 

오늘 모임이 있는 날인데 회장님께서 이렇게 늦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미안허시! 전화를 한다는 것이 그만 깜박했네!

내가 지금 나무를 베어 차에 실었거든! 그러니까 이걸 우리 집까지 옮기고 나면 넉넉잡고 20분 정도만 기다려주면 되겠네!

 

기다리게 해서 미안허이!”하며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얼마 후 나타난 친구 미안하이! 갑자기 나무를 하나 베어낼 것이 있어 늦었네!”

무슨 나무를 베어냈는데?” “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옆에 상당히 큰 나무 가지가 지난여름부터 꺾어져 있었거든

 

그래서 바람이 불면 흔들흔들 굉장히 위험하게 보여 그걸 베어내느라 늦었어!” “거기는 고압선(高壓線)이 지나가고 있던데 베어내면서 위험하지 않던가?”

그래서 트랙터로 나무가 전선(電線)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받치고 잘라냈는데 정말 진땀이 흐르더라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잘라내느라 고생했네!

 

그런데 나무를 잘라 집으로 옮겨놓고 왔다고? 그러면 자네는 난방(煖房)을 나무보일러로 하고 있는가?” “집을 지을 때부터 그걸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이제 와서 기름보일러로 바꾸려면 또 돈이 들어가야 하니까 그냥 그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렇다면 오늘 베어다 놓은 나무 덕분에 자네는 한 며칠 동안은 연료 걱정은 안 해도 되겠는데!” “그런데 나무를 집에 가져다만 놓으면

그냥 보일러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걸 다시 잘라서 태울 수 있도록 갈무리를 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더라고!”

 

그러면 지금까지 난방 할 나무는 어떻게 구했는가?” “군청(郡廳)에서 간벌(間伐) 사업을 하면서 베어낸 것을 판매하는데 주문하면

집 앞까지는 가져다주거든, 그래서 그걸 사용하기도하고 또 차()를 가지고 지나가다 도로 옆에 나무가 버려져 있으면 주워 다 쓰기도 하고,

 

또 친척이나 마을사람들이 필요 없는 나무가 있다고 가져가라고 하면, 그걸 가져다 쓰는데 정말 힘이 들더라고 그래서 한 2~3년만 더

나무 보일러를 사용하다 기름보일러로 바꿀까 생각중이야!” “집에 난방 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군 그래! 나도 옛날에 기름 값이 한창 비쌀 때

 

나무보일러를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거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보일러를 바꾸면 한 일 년 정도는 집에 있는 나무를 사용하면 되겠더라고,

그런데 문제는 그걸 다 태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어디서 구해 와야 하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도로에서 우리 집까지 골목길이 긴데다

 

또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누가 그 무거운 나무를 우리 집까지 옮겨주겠는가? 그렇다고 그걸 사람을 사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냥 포기를 했어!” “그런데 나무 보일러를 사용해도 연료비가 그렇게 싼 것은 아니거든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도록 해! 기름 값이 오르면 조금 아껴 쓰면 될 것 아닌가!”


난 2017년 4월 21일 전남 보성 구마산 정상에 피어있던 제비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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