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이상한 소문

큰가방 2017. 5. 14. 09:20

이상한 소문

 

엊그제가 경칩(驚蟄)이어서 봄이 금방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겨울이 우리 곁을 떠나기 싫은지, 어제는 하루 종일 강한 바람이

온 세상을 뒤집어버릴 듯 불어대더니, 오늘 아침에는 바람은 그쳤지만 어디선가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하얀 눈이 쏟아져 내리며

 

마치 한 겨울로 되돌아간 듯 나무 위를 하얗게 장식하고 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친한 선배를 만났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아이고~!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요즘 얼굴 보기가 정말 힘이 드네요.

 

혹시 어디 다녀오셨어요?” “지난번에 설을 쇠려고 서울에 있는 아들 집에 갔다가 한두 달 있다 왔더니 그렇게 되었나 보네.”

그럼 형님께서는 명절을 쇠려면 도시의 자녀 집으로 가시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애들이 시골로 내려왔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명절에는 한 번씩 내려오려면 큰 홍역(紅疫)을 치르거든, 그래서 금년부터는 우리 내외가 서울로 올라가고 있어,”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그런데 오랜만에 자네를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우니 어디 가서 술이라도 한잔하면 좋겠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암() 수술을 받은 뒤로 술은 안마시고 있거든요.” “~! 그렇지! 그러면 차()라도 한잔하러가세!

그래도 자네와 내가 그런 사이가 아닌데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반갑네!” “그럴까요? 그런데 이 근방에 찻집이 있던가요?”

 

아니 이 사람이 여기를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찻집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른단 말인가?” “제게 해당되지 않는 것은 별로 신경을 잘 쓰지 않아서요.”

바로 이 앞집이 찻집이야 이리 들어오게!”하여 선배를 따라 찻집으로 들어섰는데 자넨 요즘도 운동 계속하고 있제?”

 

! 제가 암 수술을 받은 후 부터는 정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래! 정말 잘하는 일이네!

그리고 운동하고 오면서 여기 찻집에 들려 차도 한잔씩 하고 가고 그러게!” “그런데 제가 찻집에 다니고 그러면 이상한 소문이 날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이상한 소문? 무슨 이상한 소문이 나는데?” “그러니까 작년 봄에 저의 작은 아들이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왔더라고요.” “그랬어?”

그래서 한 두어 달 잘 키우고 있었는데 여름이 되면서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피똥을 싸더라고요.” “아이고! 왜 그랬을까?”

 

그런데 피똥을 싸면서 숨이 넘어갈 듯 쓰러져 있는데 가만히 놔두면 죽을 것 같아 너무 불쌍해서 급히 동물병원(動物病院)으로 갔어요.”

작년 여름에는 굉장히 무더웠는데 또 그런 수고를 했단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날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역전(驛前) 부근

 

동물병원이 문이 닫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원봉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도 역시 문이 닫혀있고, 그래서 다시 경찰서 쪽에 있는

병원에 갔는데 거기도 문이 닫혀있고, 그래서 다시 약국(藥局)으로 갔는데 약국들도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있는데 다행이 당번 약국을 찾아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약을 지어주더라고요.” “고생했네.” “그런데 저의 집사람이당신은 날도 이렇게 무더운데 무엇 하러

시내를 돌아다녀 이상한 소리를 듣느냐?’고 하는데 얼마나 기가 막히던 지요. 제가 괜히 그 무더운 날 시내를 돌아다니겠어요?”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남의 사정을 모르니까 그러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것은 흉도 아니고

이상한 소문도 아니니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게!”


전남 보성 웅치면 일림산의 철쭉입니다. (2017년 5월 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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