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큰가방 2017. 5. 27. 09:49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이른 아침오로록~오께옥~”휘파람 새의 노랫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창문을 열자 집 뒤쪽 숲속에서 ~~~” “~~~” “~~~

마치 누가 더 노래를 잘하나 경연이라도 하는 듯 밝아오는 봄날의 아침을 새들은 아름다운 합창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우체국 창구에서 공과금(公課金)을 납부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 뒤 돌아보았더니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후배였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는가?”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어! 건강은 어떠신가?”

 

저는 건강해요. 그런데 누구 말을 들으니 형님은 암() 수술을 받으셨다 던데 지금은 어떠세요?” “암이 막 생겼을 때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도 먹을 필요 없이 지금은 건강한 편이야! 그런데 자네는 정년퇴직(停年退職)하고 무엇하고 지내고 있는가?”

 

집에 부모님께서 지으시던 농사(農事)도 조금 있고 또 제가 근무하면서 만들어 놓은 녹차(綠茶)밭이 있어 심심하지는 않고 그럭저럭 지낼 만 해요.

그런데 형님은 무엇하고 지내세요?” “나도 집에 조그만 텃밭이 있어 우리 집사람과 그걸 닦달하기도 하고 또 오후에는 운동을 다니기도 하니까

 

그렇게 심심한 줄 모르고 지내고 있어.” “누구 말을 들으니 정년퇴직을 하면 시간도 잘 가지 않고 심심해서 걱정이라고 하던데

형님은 전혀 그렇지 않으신가 보네요.” “심심하고 안하고는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는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우체국을 오셨어요?” “수도요금하고 자동차 환경개선 부담금이라는 세금이 나왔더라고 그래서 그걸 납부하러 왔어!

그러면 자네는 무슨 일로 오셨는가?”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수도세는 없는데 차() 관련 세금이 있어 저도 그걸 납부하러 왔어요.

 

그런데 수도요금은 자동납부를 해 놓으면 편리할 텐데 그러세요?” “나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그걸 자동납부를 해 놓으면

우체국에 오고 싶어도 핑계 거리가 없는데, 무슨 일로 오겠는가? 괜히 아무 할 일도 없는데 왔다리 갔다리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수도요금이라도 납부하러 오면서 한 번씩 들러 그래도 옛날에 내가 근무했던 곳이니 직원들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옛날에 정년(停年)하셨던 천정연씨도 형님 마을에 살고 계시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건 왜 묻는가?”

 

잘 계신지 궁금해서요.” “그분은 지금도 건강하신 편이야.” “요즘도 옛날처럼 술하고 담배 많이 하시던가요?” “술과 담배는 완전히 끊었어!

그래서 옛날에는 얼굴이 아주 검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하얀 편이야! 그런 것을 보면 술과 담배가 우리 건강에는 아주 해로운 것 같더라고.”

 

그러면 이경남씨도 한 마을에 살고 계신가요?” “그렇지.” “그분도 건강하신가요?” “천정연씨 보다 훨씬 더 건강하신편이야.

그리고 아주 멋쟁이셔!” “멋쟁이시라고요?” “우리나라 국궁(國弓)있지 않는가? 청학정이라는 곳에 다니면서 활도 쏘고

 

또 담배는 원래 안 피우셨는데 술은 가끔 한잔씩 하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활은 잘 쏘신다고 하던가요?” “잘 쏘는지 못 쏘는지는 모르겠는데

쏘게 된 이유가 집 주위에 참새가 많아 몇 마리 잡아 구워먹으려고 활 쏘는 것을 배웠다나 어쨌다나!”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하고

 

고개를 돌려 출입문 쪽을 바라보더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이경남씨가 오시네요.”


보성의 녹차밭입니다. (2017년 5월 18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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