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사랑이 부족해서?

큰가방 2017. 5. 21. 09:36

사랑이 부족해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TV를 켜자 남자가 전화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들이냐? 아빠다! 지금 퇴근했냐? 안했다고!

그럼 집에 오면서 케익 하나 사올 수 있겠냐? 너무 큰 거 말고 조그만 걸로 알아서 잘 사와! 잊어먹으면 절대 안 된다. 알았지?

 

그럼 끊는다!”하고 전화를 끊고 나자, 잠시 후 아들이 케익을 들고 오는 장면이 이어졌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걸 사오라고 하세요?”

PD의 질문에 오늘이 우리 집사람과 내가 결혼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거든요. 그런데 그만 깜박 잊고 있었지 뭡니까.

 

그래서 늦게라도 자축하는 의미에서 집사람 모르게 사오라고 했거든요.”하더니 케익을 들고 거실로 들어가 부인에게 결혼 30주년을 축하합니다.”하고

전하자 에게! 결혼 30주년 기념선물이 고작 케익 하나야?”하자 남자는 계속 빙그레 웃고만 있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이면

 

손가락에 끼울 수 있는 것을 주든지, 아니면 목에 걸 수 있는 것, 그것도 아니면 팔목에 채울 수 있는 것 정도는 주어야 되지 않을까?”하는데도

여전히 빙긋이 웃기만 하던 주인공이 가만히 밖에 있는 정원(庭園)으로 가더니 때를 모르고 피어있는 장미꽃 한 송이와 동백꽃 두 송이를 꺾은 다음

 

은박지로 마무리하여 부인에게 건네자 그것을 받아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엊그제 집사람과 병원(病院)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접수하던 여직원의 이야기가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4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2년 만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금년이 검진 대상인 집사람과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검진센터의 직원이 먼저 기본적인 것을 묻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위 내시경도 받으셔야지요? 위 내시경은 수면 내시경과 일반 내시경이 있습니다. 수면내시경은 마취를 시켜 잠이든 후

 

검사를 하는 방법이고 일반 내시경은 그냥 깨어있는 상태로 검사를 받는 방법인데 수면 내시경을 하시려면 2만원의 비용이 추가됩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수면내시경으로 해 주세요.” “그리고 초음파 검사와 각종 암 검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것 역시 추가 비용이 드는데

 

모두 합치면 약 8만 원 정도 되거든요.” “제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제 몸에 암이 있는지 알아냈고 또 치료를 했거든요.

그러니 저의 집 사람도 검사를 받도록 해주세요. 8만 원이 아까워 검사를 안 하다 혹시 몸에 암이라도 자라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데 8만원은 먼저 선금으로 주셔야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당연히 드려야지요.”하고 카드를 꺼내 건넸는데 결제가 끝나자

접수하던 여직원이어르신 정말 멋쟁이시네요.”하며 빙긋이 웃는다. “왜 제가 멋쟁이라는 겁니까?” “대부분 건강검진은 혼자 오는데

 

부부(夫婦)가 함께 오시면 이상한 일이 많아요.” “어떤 이상한 일이 많은데요?” “다른 검사 없이 기본적인 것만 받으면 별 일이 없는데,

돈이 들어가는 검사를 받으면 서로 내지 않으려고 미루고 있을 때가 많아요. 돈을 달라고 하면 말이 안 들리는 것처럼 딴청을 부리는 분도 계시고.

 

갑자기 다른 곳에 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분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밖에 나가 한참 있다 들어오는 분도 계시고요.”

그럼 그때는 어떻게 하세요?”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기다려야지요.” “옛말에주머닛돈이 쌈지 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누가 내면 어때서 그렇게 미루고 있을까요? 그럴 때는 정말 난감하시겠네요.” “그러니까요. 부부간의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지 어쩐지 정말 모르겠어요.”

    

"선샌님 저건 머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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