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나의 살던 고향은

큰가방 2005. 6. 10. 22:33
 

나의 살던 고향은


저의 일행이 식사를 하는 동안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이란 극장의 무대에서 하는 공연처럼 큰 공연은 아니고 식당 전면에 있는 조그마한 무대에서 노래방 기기의 반주에 맞춰 남한과 북한의 노래를 불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무선 마이크를 가지고 다니며 마이크를 내밀었습니다. 중국여행을 하면서 우리 일행 이외는 누구와 별로 말을 해 본적이 없는데 모처럼 우리의 동포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국말로 말을 하고 한국의 노래를 들으며 한국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날 때 마다 여기저기 손님들이 노래를 불렀던 아가씨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래는 북한의 노래 ‘휘파람’이라는 노래와 남한의 노래 등을 섞어 불렀는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도 불러주었습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를 들으니 상당히 마음속에 와 닿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저의 일행과 함께 하였던 윈 투어 여행사의 김정호 사장님께서 김치와 팩에 들어있는 소주 그리고 간단한 밑반찬 등을 준비하였기에 식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으며 술은 상당히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시지 않았는가? 생각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조학봉 가이드께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작년 어느 땐가 한국에서 할아버지 관광객이 오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정대로 평양냉면 집에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 할아버지 한분의 고향이 평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평양 사투리를 쓰는 아가씨들이 “어서오시라요! 반갑습네다!”하며 할아버지를 반겨주자 “내 고향이 평양인데 내가 중국까지 와서 손녀를 만났구나!”하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식당의 여직원들이 “정말 그렇습네까? 반갑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정말 반갑습니다!” 하고서 할아버지의 등에 안마를 해드리기도 하면서 마치 친 손녀처럼 할아버지를 반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그때까지 잠잠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나오자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이제 진정하시라!”고 하였지만 “이역만리 중국에서 내 손녀를 만났는데 서울에서 평양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왜? 내 고향은 갈수가 없느냐?”슬피 우시는 바람에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일행이 따라서 울고 그리고


잠시 후 식당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울고 그러다 식당의 직원들까지 모두 우는 바람에 한동안 식당 안이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울음 그친 할아버지께서는 식당 여직원의 손을 꼭 잡으며 “내가 손녀들이 보고 싶으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하신 후 저녁식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셨다고 합니다. 남과 북이 갈라선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의 슬픈 현실을 말해주는 가슴 아픈 사연이어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저의 마음은 무척 착잡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 사진은 북한 식당 여직원과 저의 일행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입니다. 디카 사진이 사라지는 바람에 북한식당에서 촬영한 사진은 이 사진으로 대처하였습니다.


'중국 베이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원리 우체국  (0) 2005.06.15
청량고추와 고추장  (0) 2005.06.14
평양냉면  (0) 2005.06.09
이화원에서  (0) 2005.06.08
신종황제의 능  (0) 200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