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청량고추와 고추장

큰가방 2005. 6. 14. 06:38
 

청량고추와 고추장


“내일 오후에는 중국 국내선 비행기로 서안으로 이동을 합니다. 따라서 오늘 밤 짐은 미리 챙겨놓으셨다가 내일 아침 출발할 때 버스에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일행이 일단 호텔을 출발하면 다시 호텔로 돌아올 시간이 없습니다. 그 점 여러분께서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하는 안내에 따라 밤늦은 시간 호텔로 돌아온 저의 일행은 그동안 풀어놓았던 여장을 다시 챙겨야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방을 사용했던 경북체신청 소속 직원이 짐을 챙기다 말고 “형님 요! 지한테 청량고추와 고추장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심니꺼?”


하고 묻는 겁니다. “고추장은 조금 오래 두어도 괜찮은데 청량 고추는 시들면 먹을 수가 없지 않는가? 내일 아침 식사시간에 내 놓고 먹어치우세!”하였더니 “아이고~오 형님도 차~암 아니 누가 아침부터 맵디매운 청량고추를 먹는 답니꺼?” “이 사람아! 내 놓으면 다 먹게 되어있어! 걱정하지 말고 내놔!” 하였더니 “알았심더!”하더니 다음날(5월 1일) 아침 식사 시간에 비닐봉지에 청량고추와 고추장을 담아 호텔의 뷔페식당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선 간단히 빵 몇 조각을 먹은 후  쌀을 끓여놓은 것처럼 생긴


죽 한 그릇과 한번 살짝 볶아놓은 듯한 밥을 말아 청량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의 일행들이 차근차근 식사를 하러 모여들더니 “아니 아침부터 웬 청량고추입니까?” “아! 모처럼 청량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밥을 먹으니 이제 밥 먹는 것 같구먼 정말 맛있는데!”하였더니 “고추가 안 맵습니까?”하고 묻습니다. “안 매운 고추가 어디 있어? 더군다나 청량고추인데 안 매울 리가 있겠는가?”하였더니 “그런데 실장님 인상이 고추가 그렇게 맵다는 인상이 아닌데요!”하며 한사람 두 사람


고추를 집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여기서 “후~우 아이고 매워!” 저기서도 “아이고 매워!”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아! 그러니까 청량 고추는 이렇게 대가 굵어야 고추가 덜 매운 거야! 알았어?”하였더니 “아이고 실장님은 왜 아침부터 매우고추를 내놓고 이렇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시는 겁니까?”하면서도“매워도 한 개만 더 먹어야지!”하면서 자꾸 고추에 손이 가는 겁니다. 청량고추와 고추장을 내놓은 경북체신청 소속 직원은 제 옆에 앉아 빙긋이 웃고 있는데 호텔의 직원들은 저의 일행이


“아이고~오! 매워!” 하면서도 자꾸 손길이 가는 청량고추를 바라보며 ‘저게 뭘까?’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합니다. 만약에 한국에서 아침식사 반찬으로 고추를 내어놓는다면 “아침부터 무슨 고추냐?”고 핀잔을 들었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아침 식사시간에 청량고추를 내어 놓았더니 “아이고~오! 매워라~아!” 연발하면서도 그래도 “매워도 한 개만 더 먹어야지!”하며 고추를 집어가는 저의 일행들을 보면서 “고추장과 된장 없이 살 수 없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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