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통화중? 하느님은 통화중? 전남 보성 회천면 삼장 윗마을로 가려고 빨간 오토바이 핸들을 돌리는 순간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에서 이슬비가 떨어지는 가 싶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낼 모레가 추석이라 택배를 배달하려면 비가 안 와야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자꾸 비만 .. 빨간 우체통 2015.10.10
"어데갔다 왔노?" “어데갔다 왔노” 보성읍 옥평리 유산마을 맨 첫 집 마당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큰소리로 주인을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어 우편물 도착안내를 써놓을까 하다, 입구의 ‘민박’이라는 글씨 밑에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신호가 가고 구수한 경상도 말씨의 중년 아.. 빨간 우체통 2015.10.03
말하는 냉장고 말하는 냉장고 엊그제 비가 내렸음에도 황사가 계속해서 휘날리고 있는지 하늘에는 마치 짙은 안개가 끼어있는 듯 흐릿하면서 기온마저 크게 내려 서늘한 날씨가 3일째 계속되고 있는데 시골 집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철쭉나무에서는 화사하면서도 붉은 꽃들이 수없이 피어나 요염한 자태.. 빨간 우체통 2015.09.26
할머니와 개 할머니와 개 전남 보성 노동면 묘동마을 두 번째 집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고 있는데 영감님께서 오토바이 앞쪽을 가르치며 “어야! 거그 불 써져갔고 있네! 날이 훤한디 멋 할라고 불을 써갖고 댕긴가?” “아! 이거요! 오토바이는 원래 주간에도 불을 켜고 다니도록 되어있어요!” “ 아.. 빨간 우체통 2015.09.19
지붕 고치던 날 지붕 고치던 날 “오늘 남부지방은 밤부터 곳에 따라 다소 많은 비가 내리겠으니 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들으며 ‘요즘 며칠 동안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니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체.. 빨간 우체통 2015.09.12
할머니의 사다리 할머니의 사다리 석양이 질 무렵부터 찾아 온 태풍이 밤이 새도록 휘파람 소리를 내기도 하고 사정없이 창문을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억수 같이 많은 비를 쏟아 붓더니 날이 샐 무렵이 되자 아무 소리도 없이 시커먼 먹구름만 남기고 물러가 버렸다.. 빨간 우체통 2015.08.29
천사의 웃음 천사의 웃음 전남 보성읍 온수동 마을 앞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 삼산마을 쪽을 향하여 열심히 걸어가다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세우더니“아저씨! 녹차 밭 아직 멀었나요?”하고 묻는다. 그래서 길 건너 산비탈 쪽을 가르치며 “저.. 빨간 우체통 2015.08.22
영감님과 주스 영감님과 주스 전남 보성 회천면 두곡마을 가운데 집에 우편물을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영감님께서 “아이고~메! 날도 징하게 더운디 우추고 배달은 댕겨싼가? 암만 바뻐도 이루와 짼깐 쉬었다 가소!”하며 반기신다. “제 생각에는 오늘이 금년 중 제일 더운 날 같아요.” “그.. 빨간 우체통 2015.08.12
어머니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7월이 시작되자마자 날씨는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 쬐는 한 여름을 향하여 맹렬하게 달려가는데 햇볕 따가운 무더위 속에서 시골마을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그럼 우선 점심 식사를 하고 편지.. 빨간 우체통 2015.08.08
통 큰 며느리 통 큰 며느리 오늘은 비가 내린다. 예년과 달리 금년에는 봄비가 자주 내려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좋은 일인지 몰라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반가운 것은 아니어서 ‘비가 오려면 밤에만 오면 안 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집배원들은 참 편할 것 같은데!’ .. 빨간 우체통 201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