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11

야한 동영상 때문에

야한 동영상 때문에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멀리보이는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시골 들녘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데, 시골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아카시나무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얀 꽃들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지나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 본 순간 아주 오래전, 먹거리가 귀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하얀 꽃을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향긋한 아카시향이 입안 가득했는데 그 시절 나와 함께 꽃을 따먹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어야~ 동생!”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예~에!” 대답하자 “자네는 먼 생각을 하길래 그라고 불러도 몰르고 있..

꼼지락 거리기 2022.07.16

"죽는 날까지 정답게사시소!"

“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11월이 가까워지면서 시골들녘에 누렇게 황금물결을 이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던 벼들은 모두 베어져 시커먼 바닥을 드러낸 채 앞으로 찾아 올 추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감나무 위에서 “깍! 깍! 깍!”시끄럽게 떠들던 까치들은 빨갛게 잘 익은 주먹만큼 큰 홍시 하나를 파먹고 기분이 좋은 듯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 아침이어서 태레비에 노래 자랑하는 것 좀 보고오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러면 1등은 누가 하던가요?” “지난주에 1등 했던 사람인데 노..

꼼지락 거리기 2022.01.01

장인어른과 요양원

장인어른과 요양원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형님! 오셨어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오랜만일세! 요즘 통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시간이 좀 있었는가?” “별로 바쁜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산에 올 시간은 없네요.” “그런가? 그런데 자네 직장에 정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금년 6월에 끝나는데 퇴직하면 무엇을 할까? 지금 생각 중이네요.” “그런가? 그런 것을 보면 세월 정말 빠른 것 같지.” “그러니까요. 엊그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 세월이 가버렸는지 정말 아쉽네요.”하는데 “동생! 아직 멀었는가?”하고 마을의 형님께서 묻는다. “벌써 가시게요? 저는 아직 몸도 풀지 않았는데요.” ..

꼼지락 거리기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