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아저씨! 사랑해요!

큰가방 2005. 1. 15. 11:50
 

아저씨! 사랑해요!


2005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찾아온 추위는 떠날 줄 모르고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군다나 내일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눈까지 내리면서 더 추워진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어 “지금까지 날씨가 포근하여 좋았었는데 이제부터 진짜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의 무척 쌀쌀한 날씨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성읍 보성군청 현관 앞 보성군에서 제일 큰 기관답게 오늘도 많은 우편물이 도착되어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온 우편물을 사무실로 옮기고 있는데


남매로 보이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어린이 2명과 유치원 생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 1명이 손에는 공책과 연필을 들고 현관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오더니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합니다. “응! 그래 안녕! 그런데 너희들 학교는 안가니?”“학교요? 우리 겨울 방학했어요! 아저씨!”하며 빙그레 웃습니다. “응 그랬구나!”하며 오토바이 적재함에 들어있는 우편물을 옮기려고 막 고개를 숙이는데 유치원생 남자 어린이가 “아저씨! 올 해는 건강하고 부우~자 되세요!”라고 합니다.


“응! 그래 고맙다!”무심코 대답하다가 “아니? 어린애가 언제 저런 말을 배웠지?”하는 생각이 들어 “아가야! 그런데 방금 그 말 누구에게 배웠니? 아빠 엄마에게 배웠니! 아니면 TV에서 배웠니?” “우리 엄마가 반가운 사람 만나면 이렇게 하라고 하셨어요?”하고 대답합니다. “음! 그랬구나! 고맙다!”하고 어린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4학년쯤 여자 어린이가 “아저씨! 근데요! 혹시 우리 집에 편지 안 왔어요?”하고 묻습니다. “너희 집이 어딘데?” “우리 집은 인사동이에요!”


“누구에게 편지가 올 건데?”“시골에 우리 사촌언니가 저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직 편지가 오지 않아서요.”“글쎄 아저씨는 잘 모르겠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저씨! 우리 언니가 우체통이 멀어서 편지를 빨리 못 보낸다고 했어요!”“그랬구나! 그럼 그 동네 편지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되는데!”“아직 집배원 아저씨를 못 만났나 봐요!” “그랬나 보구나!”하고 우편물을 들고 사무실을 다녀왔는데 방금 전 그 어린이들이 군청사무실 여기저기를 기웃기웃하고 있습니다.


“너희들 혹시 아빠 찾으러왔니?”“아니요! 우리는 군청 견학 왔어요!”“응 그랬구나! 그럼 아저씨를 따라오너라!”하고 오토바이에 남은 등기와 소포 우편물을 들고 군청 행정계로 데리고 들어가 우편물 담당 여직원에게 “여기 이 어린이들이 군청 견학을 왔다는데 담당 직원이 누구인가요?”하였더니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어린들을 향하여“군청 견학하러 왔니? 그럼 이리 따라오너라!”하고 옆에 있는 응접실 의자로 안내하더니 부드러운 말씨로“잠시만 여기 앉아 있어라!”


하고 다른 여직원과 무엇인가 귓속말을 소곤소곤하더니 우편물 담당 여직원은 제 옆으로 와 우편물을 수수하는데 다른 여직원은 급히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아니! 군청 견학하러 온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어디를 저렇게 급히 나가지?”하며 등기 우편물 수령증에 날인을 받고 등기 통수를 세고 소포의 개수를 세고 있는데 방금 급히 밖으로 나갔던 여직원이 검정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가지고 들어와 조그만 쟁반위에 그것을 풀어놓더니“자! 우선 이것 먹으면서 자료 준비할 동안 잠시 만 기다리고 있어라!”


하며 어린이들에게 내민 것은 어린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와 같은 과자였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긴장하였던지 굳어졌던 어린이들의 얼굴은 금새 환하게 밝아지면서 “예! 고맙습니다!”하고 과자를 향하여 천천히 손이 나가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어린이들은 여직원이 무엇인가를 설명을 하자 진지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책에 적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을 보며 저는 등기와 소포 인계인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남자어린이가“아저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양손을 머리에 올려 하트 모양을 하면서 씨~익 웃더니 제가 바라보자 부끄러운지 얼른 의자 뒤로 숨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저를 보더니 방글방글 웃으며 다시 한번 양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나들도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며 앉아있고“응! 그래! 고맙다!”하며 저도 빙긋이 웃는 얼굴로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하트 모양의“사랑합니다!”표시가 저를 일년 내내 행복하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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