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행복을 나르는 집배원

큰가방 2005. 12. 22. 20:15
 

행복을 나르는 집배원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남 보성우체국 우편물류과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류상진입니다. 저의 직업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입니다. 만 저는 우편물을 배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나 저와 함께하는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아주 작은 친절과 큰 행복을 가득 싣고 각 마을로 가정으로 전해드리는 저는 행복을 나르는 집배원입니다.


시골마을에 행복을 배달하다 보면 갖가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그 이야기를 글로 써서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으며 그 글 중 5편이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선정되어 600회 특집 ‘우편  집배원의 농촌 일기’라는 제목으로 지난 2004년 3월 22일부터 5일 동안 연속 방영된 적도 있습니다.


시골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다보면 홀로 살고 계시는 독거노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몇 분에게 매월 라면을 한 박스 씩 사서 보내드렸는데 어느 날인가 “이 사람아! 생각해 보게 혼자 사는 사람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끓여 먹겠는가?”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아차!” 하였습니다.


사실 시골마을의 독거노인들은 그분들의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다 알아서 잘 도와주시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외로움이 문제겠지요? 그래서 심심할 때면 잡수시라며 사탕을 사서 보내드렸더니 “어야! 사탕이 참 달고 맛있데! 고맙네! 잘 묵었네!”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전남 보성은 녹차가 많이 생산되는 녹차의 고장입니다. 그래서 녹차 밭을 구경하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십니다. 그 관광객들이 저를 만나면 녹차 밭 지리를 묻곤 하는데 그때 저는 이와 같은 녹차 밭 약도를 가지고 설명해 드립니다. 그리고 맨 밑에 저의 휴대전화 번호가 있으니 혹시 불편한 점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라고 안내하여 드렸는데 가끔씩 “아저씨 덕분에 녹차 밭 구경 잘하였습니다. 여기 식당인데 제가 소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전화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까지 누구에게 큰 친절을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주 작은 친절과 조금 큰 행복을 나누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언제까지 저와 함께하는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작은 친절과 큰 행복을 가득 싣고 여러분께 나눠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 삶의 즐거움이자 커다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경청하여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16일 오전 9시 30분 천안시 유량동 태조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정보통신 공무원 교육원 4층 소강당에서는 ‘2005년 우체국 서비스 왕’ 선발을 위한 최종 평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전국에서 모여든 서비스 왕 예비 후보자의 최종평가를 앞둔 발표 대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모두들 긴장된 얼굴로 회의장에 입장하였는데 우정사업본부 우정계획과 과장  님의 당부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오늘은 2005 우체국 서비스 왕 선발 최종평가의 날입니다. 오늘 발표하실 분들은 모두 31명인데 지금까지 서류와 전화 모니터링 그리고 현장 실사를 통한 평가를 거치고 처음 전국 우체국 직원 4만 5천명 중 선발되었던 2,200명 중에서 여러분이 최종 선발되신 것입니다. 오늘 심사위원 님 들은 우리 본부 과장님 한분 그리고 대학 교수님이 두 분 컨설팅 관계자 두 분 그래서 모두 다섯 분이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를 하여 주실 것입니다. 오늘 1인당 발표시간은 5분입니다. 사실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친절을 베푸신 내용을 전부 다 발표하시려면 2시간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여러분 자신들이 다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5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되어 시간을 5분으로 제한 한 것입니다.


모처럼의 기회에 자신이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 충분히 생각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신 후 발표하여주시고 5분이 초과되면 감점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발표하실 분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시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발표장에 입장하여 발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발표장에 참관하실 각 체신청 관계자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도 나누시면 안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참관을 하시되 참여는 하지 마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 왕 최종 선발 내용은 다음주 화요일 21일 날 각 체신청으로 통보하여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어 발표를 하였습니다. 사실 그날 제 자신은 어떻게 발표를 하였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최소한 내용을 줄인 다음 5분 동안 발표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21일 오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에 돌아온 저에게 저의 우체국 직원들이 “팀장님 축하합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문서 한 장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서에는 2005 우체국 서비스 왕 최종 결과 발표‘금상!  전남체신청 보성우체국 우편물류과 류상진’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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