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큰가방 2005. 7. 9. 23:20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장마가 시작되자마자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를 뿌려대던 궂은 날씨가 오늘은 잠시 물러갔는지 밝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활짝 갠 날씨가 반갑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오늘은 무더위와 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하면서 전국에서 지난 밤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하여 열심히 달려와 방금 도착한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우체국을 문을 천천히 나섭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길! 오늘도 언제나 녹색물결을 이루고 있으면서 제가 지나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녹차 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찻잎 따내는 작업이 한창이고 녹차 밭 한쪽에서는 차나무 사이사이에 길게 뻗어있는 고랑에 무수히 자라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잡초를 뽑아내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무척 바쁘게 느껴집니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날씨도 무더운데 그늘도 없는 차밭에서 찻잎을 따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무더울까? 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저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을 한번 씩 웃고는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 회령리 도령마을입니다.


도령마을입구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에 앞에서 “여기서 잠시 쉬어가야겠다!”하고 빨간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가게 집 할머니께서는 방안에 잠시 누워계시다 저를 보고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이고! 낮잠 한숨자려고 했더니 파리들이 물어서 못자겠네!”하며 저를 보고 빙긋이 웃으십니다. “할머니! 파리들이 물다니요? 모기가 물지 않고 파리들이 물어요?” “이상하게 우리 집 파리들은 나를 꼭꼭 물어쌓네 모기는 없는디 파리들이 물어 싸서 성가셔!”


“참! 이상하네요! 모기들이 사람을 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파리가 사람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그럼 파리약을 한번 뿌리지 그러셨어요?” “냅둬! 이따가 내가 파리채로 모두 뚜둘어 잡어야제!” “할머니도 참! 이 세상에 사람 무는 파리가 어디 있어요?” “우리집이는 그런 파리가 있단께 그래싸 그란디 다른 사람은 안 물고 나만 물어 싼단께! 우리 집에 편지 왔어?” “아니요! 날씨가 더우니까 잠시 쉬어가려고요!”하면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캔에 담겨있는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꺼내 마셔봅니다.


“아! 참! 시워~원하다!” “아저씨! 음료수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한개 자셔봐~잉!” “할머니! 아이스크림이 어제 다 녹아버려서 못 쓴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아이고! 어지께 그 아이스크림이 아니고 오늘 다 새것하고 바꿨어! 내가 돈 안받고 그냥 한개 공짜로 주껏잉게 자셔봐!” “그럼 아이스크림 대리점에 연락하셨어요?” “어지께는 만날 전화가 안 되드만 오늘은 전화가 되드랑께 그래서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부렇다고 했드만 아까 대리점에서 와서 바꿔주고 가데!”


“그러셨어요? 정말 잘하셨네요!”하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어제의 일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어제 이맘 때 쯤 잠시 쉬어가려고 할머니의 가게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 들었는데 이상하게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렸는지 흐늘거리는 겁니다. “할머니! 아이스크림이 왜? 이렇게 흐늘거려요! 아이스크림이 모두 다 녹아버렸어요! 전기가 정전이 되었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금메 그것이 이상하당께! 전기도 안 나갔는디 아이스크림이 녹아 부렇단께! 으째야 쓸란가 몰것네!”


“그럼 아이스크림 대리점에 아이스크림이 모두 녹아버렸다고 전화하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대리점 전화번호를 알아야 전화를 하제! 그라고 전화한다고 그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바꿔 줄랑 가도 몰르것고!” “할머니! 그럼 좋은 수가 있어요!” 하였더니 “뭔 좋은 수가 있어? 잉? 얼렁 잔 갈쳐줘 봐!” “아이스크림이 전부 다 녹아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불러 한개 씩 나눠주면 좋겠네요!”하였더니 “금메! 그래도 될랑가 몰르것네!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줄라문 좋은 것을 줘야 쓰꺼인디 다 녹아 분


아이스크림 공짜로 주문 사람들이 욕 안하까?”하시며 무척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계셔서 “할머니! 그 말은 농담이고요! 아이스크림 대리점에 전화하셔서 바꿔달라고 말씀해 보세요!”하였더니 “내가 아이스크림 대리점 전화번호를 모른단께!”하시기에 “할머니! 대리점 전화번호 여기 있잖아요!”하며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냉장고 한쪽에 붙어있는 아이스크림 대리점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스티커를 가르치자 “오~참! 거가 전화번호가 있었네! 아이고 나는 그란지도 모르고 걱정을 했네! 그랑께 늙은문 죽어야 쓴단께!”


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스크림 대리점에 전화를 했으나 대리점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 바람에 할머니에게 “할머니! 지금은 대리점에서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이따 다시 한번 전화해보세요! 아시겠어요?”하였더니 “금메! 전화를 하랑께 하기는 하제 만 아이스크림을 안 바꿔 주문 으짜까?” “할머니! 아이스크림을 안 바꿔주더라도 전화는 해 보셔야지요! 아이스크림이 저렇게 많이 녹아버렸는데 결국 할머니만 손해를 보시잖아요!”


“알았어! 고맙소! 잉!”하시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이셨는데 오늘 연락을 받은 아이스크림 대리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모두 바꿔드린 것입니다. 시골마을의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물건이 팔리면 얼마나 팔리겠습니까? 그래서 갑자기 냉장고에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때문에 일년 동안의 이익금이 모두 날아갈 수도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아이스크림 대리점에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모두 교환해 주어 할머니께서 저에게 특별히 아이스크림 한 개를 공짜로 선물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의 향기 촬영 장소인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녹차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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