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무서운 세상

큰가방 2005. 2. 12. 17:53
 

무서운 세상!         

2001.02.09


입춘이 지난 날씨답게 매우 포근함을 느끼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제 봄은 멀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큰길 옆 양지에서 파릇파릇 자라나는 파란 새싹들을 바라보며 봄은 이제 우리 곁에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아저씨! 아저씨!”어디선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 한 분께서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이것 아저씨가 갖다 놨제?" "예! 그런데요?"


"근디 이것이 무엇이여?" 하고 할머니께서 내미시는 엽서를 보니 밀린 농약 대금 청구서입니다. "할머니! 장터 농약 파는 가게에 농약 값 밀린 것 있으세요?" "응! 밀린 것이 쪼금 있어!" “밀린 농약 값을 다음 장날까지 갚아 달라는 내용이네요!" "응! 그래 그란디 밀린 농약 값이 얼마나 돼야?" "예 1,240원 이네요!" "세상 참 무서운 세상이다! 돈 만원도 아니고 천 이백 사십 원 갚으라고 이라고 엽서를 내놔 참 무서운 세상이다!"


한탄하시듯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저는 무어라 말을 하기가 참 난감하였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한 분이야 돈 천원이지만 그 농약 파는 집은 여러 사람을 상대하니까 조그만 외상이라도 많이 모이면 큰돈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 이렇게 엽서를 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저씨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한데 안 그래도 다음 장날이나 가서 갚아 줄라고 했는디 이라고 엽서를 내서 서운해서 그라요!


그나저나 외상 한 내가 잘못잉께 할말도 없제만 그나저나 무서운 세상이구만!" 자꾸만 무서운 세상을 강조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이 어쩌면 맞는 말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돈 이백 원을 받기위해 독촉장을 발부하는 통신회사도 있는데 그런 일에 비유하면 어쩌면 외상을 갚으라는 농약사의 엽서는 애교로 봐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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