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이상한 이름

큰가방 2008. 4. 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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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름


3월 하순이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 따뜻하고 포근해졌으나 도로 옆 가로수 가지는 이제야 조그만 새 순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길 건너 양지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매실나무 과수원에는 오늘 따라 하얀 붉은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많은 벌들이 모여들었는지‘위~위~윙!’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봄은 어디서 시작되어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그리고 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며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러


시골마을을 향하여 농로(農路)길을 따라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길 아래쪽 논에서‘후두득!’하는 소리와 함께 산비둘기 한 쌍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내가 너희들의 은밀한 데이트를 방해했나 보구나!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하며 전남 보성 회천면 영천리 원영천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할머니와 아주머니 한분이 양지쪽에 앉아 쪽파를 다듬고 계셨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무엇 하려고 쪽파를 다듬고 계세요?” “쪽파? 이것 다듬어서 우리 영감하고 무쳐도 묵고


김치도 담고 애기들한테 보내주고 그라제~에! 아제! 우리 집에 혹시 반가운 편지 없는가?” “오늘은 할머니 댁에 편지는 없고 아주머니 댁에 서류가 왔네요!” 하며 아주머니에게 우편물을 건네 드리자 할머니께서“참말로 편지가 없어?” “예! 참말로 없어요!” “만세~에! 우리 집에 편지가 없응께 만세~에!” “편지가 없으니까 만세라고요? 그럼 저를 만나면 반갑지 않다는 말씀이세요?”하며 약간 삐진 듯한 표정을 지었더니 빙긋이 미소를 짓던 할머니께서“아니 아제가 안 반갑다는 뜻이 아니고


편지가 와도 맨 날 돈 내라는 것 뿐인디 그런 편지는 받는 것 보다 안 받는 것이 더 낫제~에! 안 그래? 그랑께 만세여!”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래도 저는 미워하지 마세요!” “와따~아! 내가 은제 편지 아제 미워하는 것 봤어? 참말로 이쁜 우리 아젠디!” “제가 정말 그렇게 예뻐요? 할머니 무엇이 잡숫고 싶으세요. 오랜만에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한턱 쏠게요!” “참말로 사 줄라고? 그란디 지금은 묵고 싶은 것이 없응께 나중에 사줘!” “그런데 혹시 이 마을에 강용반 씨라고 들어보셨나요?”


“강용반? 나는 첨 들어 봤는디 으째 그래?” “이 마을 강용반 씨에게 소포가 하나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인줄 모르겠어요.”하며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조그만 소포 한 개를 꺼내 보여드리자 “금메! 나는 첨 들어보는 이름인디 강용반이가 누구까? 혹시 자네는 들어봤는가?”하며 옆의 아주머니에게 물으셨다. “아니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잘 모르겠어요. 우리 마을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데 왜 그런 이름으로 소포가 왔을까요?” “글쎄요! 이 마을은 몇 가구 되지 않기 때문에


제가 할머니 이름까지 다 알고 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으니!” “혹시 위쪽 양동마을 사람인디 우리 마을이라고 주소를 잘못 썼으까?” “주소는 원영천 마을이라고 써 있거든요. 그런데 전혀 들어보지 않은 이름이라 누군지 알 수가 없네요.”하며 할머니와 이야기를 마치고 막 빨간 오토바이에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할머니 한 분이 마을 중앙에 위치한 대문 앞에서“용반떡! 용반떡!”하고 부르고 있었다. 그 순간“용반댁! 그렇다면 강용반 씨도 혹시!”하는 생각으로 얼른


용반댁 집으로 달려가“혹시 강용반 씨라고 아시겠어요?”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빙긋이 웃으며 “내 이름은 강영애여 그라고 댁호(宅呼)가 용반떡인디 으째서 물어봐?” “충북 청원에서 소포가 하나왔는데 받는 사람 이름이 강용반이거든요. 그런데 할머니 이름을 잘못 쓴 것 같아서요.” “보낸 사람이 누구여?” “보낸 사람은 정경수 씨가 보냈는데요.” “그라문 나한테 온 것이구만!” “정경수씨가 누구 되시는데요?” “우리 시누이 아들이여! 그랑께 내가 외숙모 되는디 내 이름을 모른께 그냥 강용반이라고 썼는 갑구만!”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할머니들은 무엇을 캐고 계실까요? (전남 보성 회천면 우암마을 앞) 

*"편지가 없을께 만세여!" 그런데 사진 촬영을 하려고 하자 왜 할머니의 얼굴이 굳어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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