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그건 웬 떡입니까?"

큰가방 2008. 4. 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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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웬 떡입니까?”


오늘 아침 8시 30분경(08년 4월 16일)보성우체국 2층 우편실 문이 열리더니 60세가 가까운 서울떡집 사장님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떡 박스 하나를 들고 들어오더니 “이것 어디다 놓을까요?”하고 물었다. “아니? 그건 웬 떡입니까? 우리는 떡 주문 한 적 없는데요!” “떡을 주문해서 가져온 것이 아니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 가져왔어요. 그러니까 우선 이것 놓을 자리부터 말씀하세요!”해서 휴게실 탁자를 가르치며 “그럼 여기에 놔주세요.”하였더니 박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사장님이“고맙습니다. 제가 정성껏 준비하였으니 직원 여러분 모두 맛있게 나눠드십시오!”하였다. “사장님! 아무리 고맙더라도 이유를 말씀하셔야지 이렇게 떡 만 가져다 놓고 고맙다고 만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여기 직원 중 김성기라는 우편물 배달하는 분 있지요?” “그렇습니다. 만 왜 그러십니까?” “그분에게 물어 보면 잘 아실 겁니다.” “그 분은 어젯밤 당직하고 아침 식사하러 갔는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성기 씨가 어제(4월 15일) 저의 지갑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가져왔습니다.


어제 오후 3시경 제가 우산리 담안 마을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타고 갔어요. 그리고 내리면서 지갑을 꺼내 택시비를 계산하고 잠바 안 주머니에 잘 넣는다고 넣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지갑이 없어져 버린 겁니다.” “정말 황당하셨겠네요. 그러면 지갑 속에 들어있던 것 중 분실된 것은 없습니까?” “지갑 속에 현금 8십 7만원하고 카드, 주민, 운전면허증과 전화번호와 명함이 들어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져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즘 사회가 너무 무서운 세상이 되다보니


돈은 그렇다 치고 카드하고 신분증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채 1시간도 안되어 그 분이 우리 가게를 찾아와 거짓말처럼 고스란히 지갑을 돌려주었어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그분에게 고맙다고 사례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무엇으로 보답할까? 생각하다 내가 떡집을 하고 있으니 정성을 다해 맛있는 떡을 넉넉하게 만들어 내일 아침 우체국 문 열기전 직원들에게 선물해야 하겠다!


하고 가져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우리 김성기 대리는 아직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 그런 일이 있었던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헛! 헛! 허! 그렇습니까? 그런 일은 자랑을 많이 해도 좋은데 어쩐 일인지 우체국 집배원들은 좋은 일을 해도 숨기는 경향이 많더군요. 하여튼 그분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럼 수고하십시오!”하고 떡집 사장님이 돌아간 잠시 후 김성기 직원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제 자네가 좋은 일을 했다면서?”하였더니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저는 아무에게도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요!” “방금 떡집 사장님께서 고맙다며 직원들 나눠먹으라고 떡 한 박스를 갖다놓고 가셨어! 그런데 그분 이야기로는 사례를 하려고 했는데 자네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사례를 받고 그런답니까? 어제 제가 우산리 담안마을로 들어가려는데 커다란 대형트럭이 길을 막고 있어 옆길로 가려고 막 돌아서는 순간 길가에 조금 두툼하게 보이는 지갑이 하나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주었는데 지갑 속에 현금하고 신분증이 있어 누군가하고 보았더니 서울 떡집 사장님 지갑이어서 그 길로 사장님께 전해드리고 저는 배달할 우편물이 많아 그냥 돌아왔는데 혹시 무엇이 없어졌다고 하던가요?” “지갑 속에 현금이 얼마 들어있었는데?” “바쁜 시간에 남의 지갑속의 현금은 세어 무엇 합니까? 어차피 제 돈이 될 것도 아닌데 빨리 주인에게 전해드려야지요.”하는 김성기 집배원의 얼굴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떡집 사장님이 선물하신 떡과 김성기 집배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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