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오천 원만 받어!"

큰가방 2008. 5. 17. 22:12
 

“오천 원만 받어!”


“여보세요! 양동마을 김선희 할머니 핸드폰이지요?” “그란디 누구여?” “우체국인데요. 할머니 댁에 택배가 하나 도착했는데 광주의 약국에서 보낸 걸 보면 약이 왔나 봐요!” “오~오! 내 약이 왔는 갑구만. 그라문 얼렁 갖고 오제 뭣할라고 전화했어?” “지금은 갈수 없고 이따 오후 6시경에나 할머니 댁으로 배달해 드릴게요!” “와따~아! 그라고 많이 늦어부러! 나 녹차 밭에 일하러 가야된디! 으째야 쓰까?” “녹차 밭이 할머니 댁과 멀리 떨어져 있나요?”


“아니~이 그라고 떨어져 있든 안 한디 그래도 아제 만날라문 기다려야 된께 성가시제~에! 그란디 오늘은 으째 그라고 늦게 와?” “전기요금 고지서에 청첩장에 배달할 우편물이 많아서 그래요. 그런데 이 택배는 착불 요금이 있거든요. 오천 오백 원을 준비해 주세요!” “잉? 오천 오백 원이라고? 으째 그라고 비싸? 다른 택배는 오천 원 뿐이 안 받드만 징하게도 비싸게 받네!” “할머니~이! 요금은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택배를 접수하는 우체국에서‘이렇게 받아라!’하고 정해져 오기 때문에


저도 조금만 받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와따~아! 아무리 그라제만 오백 원이나 더 받어불문 쓰간디! 하여튼 알았응께 얼렁 갖고 와!” “예! 알았습니다.” “참! 아제! 내가 그때 집에 있을랑가 없을랑가 모른께 우리 집 신발장 속에 돈을 놔두고 갈랑께 내가 읍으문 돈은 갖고 가고 택배는 놔두고 가 잉! 알았제?” “예~에! 잘 알았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서 천천히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5월이 시작되자마자 찾아온 초여름 같은 날씨 때문에 약간 무더움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시골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꽃동산 돌 틈에서는 하얀 빨간 철쭉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나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고 있으며 시골집 대문 앞에 걸려있는 우편 수취함 속에는 어느새 새의 새끼들이 자라나고 있는지 “새알주의!” “새 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봄은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 “봄은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 그리고 “봄은 예쁜 꽃들이 온 누리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계절!”이라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어느새 전남 보성 회천면 영천리 양동마을 김선희 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큰소리로“할머니!”하고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할머니께서 녹차 밭에 가셨나? 그러면 착불 요금을 신발장에 넣어둔다고 하셨는데!”하며 신발장 문을 열어 보았으나 할머니께서 나들이할 때 신던 예쁜 구두 두 켤레와 고무신만 가지런히 있을 뿐 돈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다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였다. “할머니! 저 집배원입니다. 지금 어디계세요?” “나~아? 지금 밭에 와 있제~에!


녹차 잎 잔 따다 아제 올 시간 되문 집에 가야 쓰것다. 그랬는디 깜박 잊어 불고 있었네!” “그럼 택배는 어떻게 할까요?” “택배? 택배는 내가 화순 떡 집에다 돈 매껴 놨응께 그리 가봐!” “화순 댁이 누군데요?” “와따~아! 화순 떡도 몰라? 거그 새집 짓고 있는 옆집이 화순 떡이여!” “그런데 화순 댁은 차 밭에 안가고 집에 계실까요?” “화순 떡 녹차 밭은 바로 집 앞에 있응께 업으문 그 앞에서 불러! 알았제!” “예! 알았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화순 댁 집으로 향하였는데 역시 사람이 없어


집 앞 녹차 밭에 대고“화순대~엑!”하고 큰소리로 불렀더니 “나~아! 여�어!”하며 헐레벌떡 달려온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아제! 돈이 오천 원 뿐인디 오백 원 안주문 나 잡아가분가?”하고 물었다. “돈 오백원 주지 않는다고 할머니를 잡아가면 할아버지는 어쩌시라고요?”“우리 영감? 그라고 본께 영감 땜새 안되것네 잉! 그라문 으째사 쓰까? 돈이 오천원 뿐인디! 그냥 오천 원만 받어!”


 

 *전남 보성 회천 초등학교 농악대입니다. 그날은 얼마나 흥이 나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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