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부부싸움하려면

큰가방 2008. 6. 1. 18:12
 

부부싸움하려면


나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우체국을 출발하였다. 5월의 하순으로 접어들자마자 날씨는 뜨거운 여름을 향하여 부지런히 달려가는지 하루가 다르게 무더워지고 있으나 들녘에서는 지난 2월 차가운 날씨 속에 파종하였던 감자가 어느새 어른 주먹만큼 굵게 자라 수확하기 바쁜데 금년에는 오랜 봄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줄고 가격은 비싸 감자재배 농민들에게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감자 사 먹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율포 해수욕장이 있는 우암 마을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시원한 소나무 그늘 아래 할머니 네 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나가는 나를 보고 “아제! 우리 집 편지 있으문 줘 불고 가~아!”하였다. “이것은 할머니 편지고 이것은 이쪽 할머니 편지~이!” “그란디 으째 우리 집은 두장이여?” “하나는 집 전화 또 하나는 휴대폰 요금이에요.” “그리고 이것은 저기 할머니 편지~이!” “우리 집은 석장이나 되네!”


“한 장은 집 전화 두장은 어르신과 할머니 휴대폰 요그~음!” “우리는 전부 자동 납부했는디 다달이 이런 것이 나오네!” “자동납부를 하였어도 요금을 미리 확인하시고 납기일 이전에 통장잔고를 채워놓으라고 보내드리는 거예요.” “그란디 아제! 우리 집은 암껏도 업는가?” “할머니는 예쁘니까 여섯 자~앙!” “잉! 뭐시 이라고 만해?” “한 장은 집 전화, 그리고 어르신,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 휴대폰 요그~음! 그리고 이것은 보너스~으!”하며 주간지 한권을 건네자


“이 책은 보도 안고 놔두고 있드만  자꾸 날라 와쌓네! 아제! 이 책은 한달에 을마씩이나 받으까?” “주간지는 한달이 아니고 일년에 15만 원 정도 받아요!”하였더니 할머니 눈이 갑자기 커지면서 “잉! 그라고 비싸?”하는 순간 영감님께서 소나무 그늘로 다가오시자 할머니께서“애기 아부지! 이 책을 일년에 십오 만원씩이나 받는다고 그라요. 아따~아! 징하게 비싸게도 받네~에! 이따 아들 오문 책 잔 보지마라 그라씨요!” “지가 필요해서 보고 있는디 뭣할라고 보라마라 그래!”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영감님.


“그래도 일년에 십오 만원이문 적은 돈이요? 너무 비싼께 하는 말 아니요!” “거참! 우리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지가 벌어서 책 값 주고 그란디 내가 으짠다고 보라마라 그러껏이여!” “그라문 내가 틀린 말했소?” “틀린 말이고 아니고 간에 세살 묵은 애기도 아니도 인자 장게가서 애기 낳고 사는 자식이 직장 댕김서 필요한께 보는 책을 아무리 내가 아부지라고 비싸다고 보지마라 글문 되것어?” “그란디 으째 당신은 내가 뭔 말만 하문 성질을 내고 야단이요?” “그만해! 그만! 하여튼 여자들은 사람들 조차 있는디


아무 말이나 막 한단 말이여!”하며 토닥거리셨다. “어르신! 지금 부부싸움하시는 거예요?” “다 늘거갖고 부부쌈이고 뭐시고 할 것이나 있는가?”하는 영감님 얼굴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어서 “어르신! 부부싸움은 그렇게 하면 안 돼요!”하였더니 옆 할머니께서 “그라문 우추고 해야 쓴디?” “먼저 손을 잡고 집으로 가세요.” “잉? 손잡고 집으로 가라고? 으째 손잡고 집으로 가야 된디?” “발 잡고 가려면 힘들잖아요.” “대차 그라것네 잉! 그라문 손잡고 집에 가서 우추고 하라고?”


“방에 들어가 창문을 모두 닫고 큰 이불을 방에 깔고 이불 속에 들어가 싸우면 되거든요.” “근디 어째 이불 속에 들어가 부부쌈을 해야 되야?” “싸우는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면 마을 사람들이 구경하러 올 것이고 또 살림 때려 부수면 말리려고 하니까 미안하잖아요. 그러니까 소리 나지 않게 이불속에서 싸우면 살림 때려 부술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아요?” “요새는 부부쌈해도 누가 안 말려! 둘이 죽든지 살든지 싸우라고 냅 두제! 그란디 아제! 아제는 부부쌈 할 때 이불속에서 한가?”

 

 

 *요즘 전남 보성 회천면은 봄 감자 수확이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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