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형부를 찾아주세요!

큰가방 2008. 6. 21. 17:30
 

형부를 찾아주세요!


오전 8시 20분경. 오늘 내가 배달해야 할 소포를 정리하던 중 ‘전남 보성군 해천면 해형리 성소마을 김삼길’이라고 적혀있는 소포 한 개가 눈에 띠였다. “회천면 회령리에는 성소마을이 없는데 왜 번지도 쓰지 않고 주소를 이렇게 써놨지? 그리고 전화번호도 없고. 김삼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가 이름을 두 가지(주민등록 이름과 마을에서 부르는 이름) 쓰는 사람이 있나?”하며 동료직원에게 “혹시 회령리에 김삼길 씨라는 이름 들어 본적이 있는가?”하고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하다 발송인 휴대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를 하였더니 신호가 가고 “여보세요! 김선민씨 휴대폰입니까?”하였더니“예! 그런데 누구세요?”하며 40대 아주머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보성우체구”하는 순간 “어머! 형부 안녕하세요? 저에요~오! 저~어! 선민이에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언니도 건강한가요? 조카들도 이젠 많이 컸지요? 집안에도 별고 없으시고요? 벌써 제가 보낸 소포 받고 전화하신 거예요?”하며


계속해서 무슨 말을 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지만 “여보세요! 잠시 만요! 죄송합니다. 만 저는 형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는 보성우체국입니다.”하였더니 “어머!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저의 형부 목소리와 비슷해서 형부인줄 알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떤 일로 전화하셨어요?”하고 조금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남 보성 회천면으로 소포를 하나 보내셨지요?” “예! 그랬어요.” “그런데 회천면에는 회령리는 있으나 해형리라는 곳은 없고


또 시장. 삼장. 도당. 승평마을은 있는데 성소마을도 없거든요. 그리고 김삼길씨라는 분도 살지 않고 해서 혹시 주소를 잘못 쓰지 않았나 싶어 전화 드렸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그럼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아저씨 정말 죄송합니다. 회천은 제가 어릴 적 살던 고향인데 그쪽에 어린시절 저에게 잘해준 언니가 살고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열서너 살 때 인천으로 이사를 오고 결혼해서 사는 바람에 지금까지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언니가 생각났어요.


그런데 언니가 살던 마을이 성소라는 이름 만 알고 있을 뿐 주소를 제대로 모르고 해서 옛날 기억을 더듬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소포를 보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전화까지 하게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면 그 분이 회천 면에서 살고 계셨나요?” “저는 회천면에서 살았는데 언니 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 가야했는데 무슨 면(面)인지는 자세히 모르겠고 성소마을에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회천면 인줄 알고 있었어요!”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저는 사모님께서 주소를 잘 못쓰셨다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고 될 수 있는 대로 소포를 주인에게 배달해드리려고 전화하였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회천면 옆에는 득량면(得粮面)이 있고 비봉리가 있는데요. 비봉리에는 선소마을이 있습니다. 혹시 그분이 선소마을에 살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비봉리요? 그리고 선소마을이라구요? 아저씨 그러면 회천면 소재지에서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글쎄요! 제가 버스를 타고 그곳까지 가 보질 않아 잘 모르겠지만


승용차로 간다면 약 20분 쯤 걸리거든요.” “그래요! 그럼 혹시 그곳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전화를 끊어보시겠습니까? 제가 선소마을 우편물을 배달하는 직원에게 자세히 알아보고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선소마을 담당집배원에게 물었더니 “김상길씨가 살고 있다!”는 대답이었고 다시 김선민 씨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아저씨! 이렇게 저의 형부를 쉽게 찾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정말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전남 보성 회천면에서 득량면으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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