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복(福) 많이 받으세요!"

큰가방 2008. 7. 6. 17:30
 

“복(福)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를 보임에 따라 비는 내리지 않겠으며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날씨가 예상되므로 가벼운 옷차림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예보 때문인지 우편물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우체국 문을 나설 때는 구름 사이로 간간히 밝은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오늘 우편물을 배달해야 할 지역인 전남 보성 회천면 천포리 쪽 해안 도로를 따라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가고 있을 때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이렇게 좋은 것을!”하며 지난 며칠동안 계속해서 내렸던 장마 비를 떠 올리며 화죽리 화당 마을 앞 도로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빵!’하는 경음기 소리와 함께 “아저씨!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만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하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함께 타고 있는 15인승 밤색 봉고차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여기 서동 마을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서동마을 누구를 찾으십니까?”


“김성길 씨 댁을 찾습니다.” “서동마을은 저쪽 교회 건물 보이시지요? 교회 위쪽 마을이 서동마을입니다. 그리고 김성길 씨 댁은 교회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신 다음 왼쪽 길로 가시면 되거든요, 마을에 가셔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시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하였더니 부부가 함께 밝은 목소리로“고맙습니다!”하고 나를 앞질러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였는데 뒤에서 보니 서동마을 입구를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아니? 저 사람들이 내가 금방 길을 제대로 가르쳐 줬는데


왜? 다른 쪽으로 가고 있지? 혹시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하고 급히 봉고차를 쫓아가 “사장님! 서동마을은 저쪽으로 가셔야 하는데 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저희들은 농자재를 주문받아 배달하는데 서동마을은 오전에는 밭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없다고 오후에 오라고 해서 우선 다른 곳부터 다녀오려고요!” “그렇습니까?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간다! 하고 쫓아왔어요!”하였더니 “그렇습니까? 하! 하! 하! 아무튼 그렇게 까지 신경을 써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하고 봉고차와 헤어져 천포리 묵산 마을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오늘 일기예보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비옷도 챙겨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지?”하며 비를 맞으며 서너 마을 우편물 배달이 끝나자 그때서야 그치기 시작하였다. “이제라도 비가 그쳐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비를 맞을 뻔했는데!”하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고


나는 서동마을 아래쪽 지등마을에 접어들어 우편 수취함에 우편물을 투함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빵!”하는 소리와 함께 오전에 만났던 밤색 봉고차가 내 옆으로 다가서더니 “아저씨! 여기가 서동마을인가요?”하고 부부가 밝게 웃으며 물었다. “서동마을은 위쪽에 있는 마을인데요.” “그게 아니고 마을을 두 바퀴를 돌았는데도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요? 이상하게 한 사람도 안 보이데요!”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쪽 회관에 모여 계실 겁니다.


그럼 김성길 씨 댁도 아직 찾지 못하셨겠네요?”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어떻게 찾겠습니까?” “그럼 차에서 잠시 내려보시겠습니까? 여기서 김성길 댁이 보이거든요!”하였더니 부부가 함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길 건너 언덕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쪽 붉은 벽돌로 지어진 슬래브 집 보이시지요? 그 집이 김성길 씨 댁입니다.”하였더니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 정말 고마운데 저희들이 드릴 것이 없네요! 그 대신 복 많이 받으세요!”  

 

 

 

 "할머니 소포 온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게요!" "아이고! 이쁘도 안 한 늙은이 사진 찍어 으따 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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