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어버이날에

큰가방 2005. 3. 19. 21:01
 

어버이날에 

2001.05.07


가물기만 하던 날씨가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어버이의 날 이틀 동안의 연휴 때문에 우편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년에 비하면 그 양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려면 확 쏟아 붓던지! 아니면 오지를 말던지! 이거 게으른 사람 낮 잠 자기 꼭 좋은 날씨가 되어서 일을 하기도 어중간 안 하기도 어중간하단 말이야!" 하시는


마을 어른들의 말씀이 어쩌면 좋은 비도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 여기 백준선 씨 댁이 맞지요?" "예! 그런데 뭐가 왔소?" "서울 영등포에서 이숙재 씨가 돈을 보냈는데요!" "응! 우리 큰며느리가 보냈구만! 즈그 살기도 힘이 든디 낼모레 이사 갈라문 돈도 많이 필요하고 그란디 뭘라고 이라고 돈을 보냈으까?" "내일이 어버이날이어서 할머니 용돈을 좀 보내셨나 봅니다!" "그래요! 지금 돈이 집에


한 푼도 없어서 고맙기는 하지만 즈그 살기도 힘이 든디 이라고 돈을 보내 주니까 뭐라고 할말이 없소!" "예! 그러세요! 그래도 부모님 생각하고 보내신 돈이니까 잘 쓰세요!" "그랑께! 고맙기는 한디 즈그도 낼모레 이사 가야 된다고 그라든디 이사 할라문 돈이 많이 들껏 아니요? 그란디 미안해서 어떻게 쓰것소?" "그래도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보내드리지 안 그러면 보내겠습니까?" "그라기는 그라요! 그나저나 고맙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생하시오!" 하시며 가만히 고개를 돌리시는 할머니의 눈가에는 어느덧 가느다란 눈물이 고입니다. 자식은 부모님을 공경하고 부모님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돈을 보내겠습니까? 괜스레 그런 생각을 하니 저 자신도 살며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무리 없는 살림이라도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머님을 잘 모시고 있는가? 깊이 생각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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