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여름을 이겨내려면

큰가방 2008. 7. 27. 17:26
 

여름을 이겨내려면


“할머니 안녕하세요? 보성우체국입니다. 할머니께 건강보조 식품회사에서 장뇌산삼 한 박스를 보냈는데 주문하신 일 있으세요?” “장뇌산삼? 산삼은 뭣이고 장뇌산삼은 뭣이여?” “산삼은 그냥 산에서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져 자라난 삼이 산삼이고요. 장뇌산삼은 사람이 산삼의 씨를 받아 산에서 인공적(人工的)으로 키워낸 삼을 장뇌산삼이라고 해요.” “그래~에! 그라문 내가 우체국으로 찾으로 가야 된가?” “아니요! 오후2시쯤 할머니 댁으로 배달해 드릴게 어디 나가시지 마시고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시겠지요?”


“잉! 알았어! 나 집에서 일하고 있응께 꺽정하지 말고 갖고 와! 그란디 암도 모르게 조용하게 갖고 와야 되야! 알았제?” “그럼 언제 제가 소포 왔다고 막 소리 지르고 다니던가요?” “와따~아! 말도 징하게 못 알아 묵네! 소리 질렀단 말이 아니고 우리 동네 사람들 모르게 갖고 오라 그 말이여! 알았제?” “예! 알았습니다. 그럼 이따 뵐게요!” 7월 하순으로 접어든 여름 날씨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쉴 새 없이 폭염이 쏟아져 내리고 있으나


갈수록 푸르름이 짙어지는 시골들녘 논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란 목도리를 목에 두른 백로(白鷺) 한 쌍이 이 논에서 저 논으로 먹이 찾기에 분주하고 시골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시원한 정자(亭子)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마을에 배달하면서 무더위 속에 계속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전남 보성 회천면 봉강리 봉서동 마을 가운데쯤에 살고 있는,


오전에 전화하였을 때 조용하게 소포를 가져오라던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갔더니 할머니께서는 마당에 큰 포장을 치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금년 가을에 파종할 쪽파 씨를 손질하고 계셨다. “할머니! 손질해 놓은 쪽파 씨가 많은 걸 보니 금년에는 작년보다 더 많이 심으시려나 봐요!” “작년에 쪽파 심어갖고 재미 좀 봤어! 그래서 올해는 작년 보다 더 심을라고 그란디 가격이 으짤란가 몰르것네!” “가을에 쪽파 가격이 비싸지면 좋겠네요. 그런데 왜? 소포를 마을 사람 모르게 조용히 가져오라 하셨어요?


누가 빼앗아 먹을까봐 그러세요?”하며 라면박스 보다 약간 큰 건강보조 식품박스를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꺼내 마루에 놓았더니  “그것이 아니고 남들이 보문 무슨 좋은 보약(補藥)이나 지어 묵고 사는 것 같이 보인께 그라제~에! 아제! 그란디 그것 거그다 놓지 말고 쩌기 안보인데다 잔 놔둬! 내가 여름만 되문 할일은 많은디 이라고 기운이 없어 죽것네!” “일이 힘드니까 그렇지요! 이렇게 날씨가 무더운데 쉬지도 못하고 쪽파 씨를 다듬고 계시니 젊은 사람도 견뎌내기 힘든데 나이 많은 분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란디 아제! 저것이 산삼하고 뭣이 들어가서 여름에 원기 회복하는 데 좋다고 하든디 괜찬하까?”하며 건강보조식품 박스를 가르치셨다. “글쎄요! 제가 먹어보질 않아 무어라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몸에 해로운 것을 넣어 만든 것은 아니니까 괜찮겠지요!” “내가 작년 여름 몸에 하도 기운이 없고 시들시들 아프려고 한디 전화가 왔어!‘산삼을 넣어갖고 만든 보약이 있는디 묵어 볼라냐?’고 즈그들 말로는‘으디도 좋고, 으디도 좋은 께 묵어보라!’고 ‘이번에 무슨 행사를 하고 있응께 다른 때 보다 더 싸게 줄란다!’고


그래서 못 이긴척하고 한 박스 주문해서 묵었는디 그것을 묵어서 그랬는가 으쨋는가 몸이 한결 가볍고 기운도 나드라고!” “그것을 드시고 몸이 훨씬 좋아졌으면 할머니 몸에 잘 맞나 보네요. 그래서 금년에도 주문하셨어요?” “그란디 엊그저께 또 전화가 왔어! 무슨 행사가 있응께 싸게 줄란다고 그래서 한 박스 보내라고 했제~에! 이라고 더울 때는 뭣이라도 묵어서 힘을 내야 여름을 이겨 내제! 안 그래?”


*여름에는 시원한 정자나무 그늘이 최고겠지요? 

 *지금 농촌에서는 금년 가을에 파종할 김장용 쪽파의 종자 손질에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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