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휴대폰과 카드

큰가방 2008. 8. 11. 06:43
 

핸드폰과 카드


“강성길씨 택배 왔습니다. 착불 요금 4,500원 가져오세요!”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실려 있는 행복이 가득담긴 우편물을 부지런히 배달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1시가 넘어서고 있어 전남 보성 회천면 율포리 면소재지에 자리 잡고 있는 30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도 할 겸 어른주먹 2개를 합친 크기의 소포하나를 배달하려고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 주인을 불렀더니 “드디어 소포가 도착했어요? 그래도 빨리 보내줘서 고맙네요!”하며


빙긋이 웃는 얼굴로 식당주인이 얼른 소포를 받아들면서 “그런데 착불 요금이 얼마라고 하셨어요?” “요금은 4,500원인데! 무슨 소포를 착불로 보냈을까?” “이거요? 엊그제 저의 아버님이 전남 해남읍(海南邑) 어느 식당에서 모임이 있었나 봐요. 그런데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하고는 깜박 잊고 식탁위에 전화기를 두고 오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그곳 식당으로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착불 소포로 보내왔네요!”


“기왕에 서비스하려면 요금을 지불하고 보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네!” “아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요금을 주더라도 이렇게 빨리 보내주니 고맙지요.” “하긴 보내준다! 보내준다!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그것도 고마운 편이지!” “그런데 점심 식사하시게요?” “응! 그런데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값싸고 맛있는 음식 없을까?” “왜 없겠어요! 무엇이든 말씀만하세요. 제가 아주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럼 날씨도 무덥고 하니까 냉면 한 그릇 가져다주게!” “그럼 시장하시더라도 잠시 만 기다리고 계세요!”하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따르릉! 따르릉!”하며 전화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얼른 전화를 받은 식당주인 “여보세요! 예! 식당입니다. 누구시라고요? 아~아! 20분 전에 저의 집에서 식사하고 가신 분들이라고요! 그런데요? 카드를 놓아두고 가셨다고요? 제가 아직 상을 치우지 않아 잘 모르거든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니요! 금방 확인할 수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며


내가 앉아있는 식탁 건너편에 빈 그릇이 널려있는 식탁을 둘러보던 주인이 무엇인가를 집어 들더니 “아~아! 여기 있네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저야 가지러 오시면 좋지요. 예!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잘 보관하고 있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슨 전화인데 그러는가?” “아까 부부 두 쌍이 식사를 하고 카드로 음식값을 결재하더니 식탁위에 놓고 갔다고 다시 온다며 카드를 잘 보관해 달라고 전화를 했네요!” “그러다 카드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식탁위에 놓아두었을까?


카드는 사용하고 나면 반드시 지갑 속에 넣은 다음 다른 일을 보면 실수가 없거든!” “그러게요. 제가 식당을 하다보니까 가끔 귀중품을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다시 한번 둘러보면 실수가 없는데 그냥 나가버리니까 꼭 그런 실수를 하는 것 같아요!”하는 순간 또 다시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리자 얼른 전화를 받은 식당주인 “예~에! 좀 전의 손님들이시군요! 그런데 오시기 힘드시겠다고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보내달라고요? 예! 알았습니다. 그럼 주소를 말씀해 주셔야지요!”


하며 주소를 받아 적기 시작하더니 “예! 알았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하며 전화를 끊더니“아저씨! 이 카드 등기우편으로 보내주시겠어요? 아까 그분들이 거리가 너무 멀어 오기 힘들다며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네요!” “아니 음식값이 얼마나 나왔기에 카드를 등기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해?” “냉면 4그릇이니까 2만원이거든요!” “그럼 카드수수료와 등기우편요금 제하고 나면 자넨 남은 것도 별로 없겠네?”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그분들은 언젠가 우리 집에 다시 찾아올 손님들인데요.”


요즘 시골에서는 고추 말리기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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